[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벗은 사람만이 다시 옷을 입을 수 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제2의 앙드레김'이라 불리는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이 옷을 벗고 맨몸으로 대중 앞에 섰다.
23일 그의 누드사진이 전시된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이상봉 디자이너를 만나 '왜 벗었는지' 물었다. 디자이너가 옷 없이 누드모델로 나선다는 것에 대해 의아한 시선을 보내자 이상봉은 “다시 입기 위해 벗었다”고 설명했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15년지기 사진작가 이엽의 '뮤즈'가 돼, 알몸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했다. 그가 누드로 포즈를 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진짜 알몸으로 모델이 됐다.
유명 디자이너로서 남들 앞에 홀딱 벗고 나선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절반은 친구와의 의리, 절반은 새로운 도전을 위한 용기였다. 대중 앞에 사진전을 열기까지 혼자만의 마음고생도 있었다. 홀가분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한 만감이 교차했다.
그는 “친구와 함께 뭔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하다가 누드모델을 결심하게 됐다”면서 “3일 사진작업을 하고 한달동안 아팠다. 내 안의 용기를 끄집어냈지만 이것을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디자이너는 평소 거울도 잘 보지 않는다. 그는 “한글옷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정말 내성적인 사람이어서 개인적으로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었을 정도”라면서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끊임없는 자유, 사람들과의 소통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또 “이번 작업은 자유롭고 싶은 마음, 내 안의 그림자들을 꺼내서 사람들에게보여주는 용기, 옷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현실에서 도피 여러 가지가 복합된 작업”이라고 언급했다.
이 디자이너는 “옷이라는 것은 항상 입고 벗는 것이지 계속 입고 있는 사람은 없다”며 “이번 작업을 통해서 나를 버리고 새로운 나를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벗었으니까 다시 옷을 만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이상봉은 어디를 가더라도 연예인 못지 않은 관심을 받는다.
한글 디자인으로 세계무대에서 주목받은 패션 디자이너. 김연아 선수의 스케이팅 의상과 탁구 국가대표 유니폼을 직접 만든 장본인. '무한도전' 등 인기 TV프로그램 출연으로 초등학생도 알아보는 '국민 디자이너'. 그를 설명하는 단어들은 많다.
서울예대 출신으로 배우를 꿈꾸다가 '무대'가 무서워 도망쳤던 내성적인 성격의 연기자 지망생이 한국을 대표하는 '국민 디자이너'가 되기까지. 그는 자기 안의 수많았던 갈등과 짐을 벗고 다시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박소연 기자 mus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