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박근혜 당선인이 새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 지명자를 발표한 24일, 서울 삼청동 인수위는 발표 시점인 오후 2시를 약 두 시간 앞둔 정오께부터 갑자기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인수위가 들어선 금융연수원 정문에는 이 시점부터 경찰 병력 100여명이 배치돼 보조출입문으로 드나드는 것만이 가능할 정도의 길만 열어놓은 채 철통 경비 태세를 갖췄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인수위로 진입하려는 사람은 경찰 병력과 일부 시위자들을 빙 둘러 인파를 뚫고 들어와야 했고 정문 안쪽 주차장 등의 공간에서는 박 당선인의 동선과 안전 확보를 위한 차량 정리 등의 작업이 빠르게 진행됐다.
특히 눈에 띈 건 대여섯 마리의 폭발물 탐지견들이었다. 탐지견들은 경호요원들과 함께 약 두시간 동안 인수위 내부를 그야말로 휘젓고 다녔다.
탐지견들은 심지어 인수위 건물 내부까지 샅샅이 '탐지'했고 박 당선인이 사용할 마이크가 설치된 공동기자회견장 단상 윗부분까지 검사를 하고 다녔다. 복도 곳곳에 차려진 기자실도 예외는 아니었다.
박 당선인 도착 약 30~40분 전부터는 기자회견장 앞에서 또 한 차례의 진풍경이 연출됐다.
인수위 출입기자들은 공동기자회견장과 보조 기자실 등에 흩어져 자리를 잡고 있고, 이 가운데 공동기자회견장에 상주하는 기자들이 가장 많다.
인수위 측은 경호 원칙에 따라 점심을 먹고 공동기자회견장 내 각자의 자리로 들어가는 기자들을 빠짐 없이 검색대로 통과시키고 소지품 검사를 실시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은 공동기자회견장 앞에 짧게 봐도 10m 이상으로 줄지어 서 있어야 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역시 박 당선인이 후보 지명자를 발표하는 순간이었다. 김용준 후보자는 박 당선인이 단상에 오르기 약 5분쯤 전부터 단상 한 쪽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대다수의 기자들은 '당선인이 중요한 발표를 하니 인수위원장이 배석하는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박 당선인이 발표를 시작하기 직전 김 후보자가 자리에서 일어나 당선인 옆에 섰고, 박 당선인의 입에서 '김용준'이라는 말이 나오자 공동기자회견장을 제외한 곳곳의 기자실에서 놀라움과 허탈감이 뒤엉킨 일성이 터져나왔다.
그간 김 후보자를 총리 후보자로 예측하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이강국 전 헌법재판소장, 목영준 헌재 재판관, 김능환ㆍ안대희ㆍ조무제 전 대법관, 정갑영 연세대 총장 등이 유력 후보군으로 거명되고 있었다.
결국 대부분의 언론이 '물을 먹은' 셈이 됐고, 박 당선인과 인수위의 '철통보안'은 '성공'을 거뒀다.
대통령 당선인은 법규에 따라 국가원수급 경호를 받는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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