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인천공항 통해 로스앤젤레스 출국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류현진(LA 다저스). 메이저리그를 향한 출사표엔 긴 설명이 불필요했다. 착용한 후드 티셔츠에 적힌 한 단어가 모든 걸 말해줬다. ‘몬스터(Monster).’ 미국에서도 그는 ‘괴물’로 불리길 바랐다.
류현진은 2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로 떠났다. 앞서 그는 다저스와 초대형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 합의한 조건은 6년간 3600만 달러(약 390억 원). 다르빗슈 유(텍사스·6년 6000만 달러),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6년 5200만 달러)에 이어 역대 포스팅 사상 세 번째로 많은 액수를 받는다. 성적에 따른 연간 보너스 등을 포함하면 지급액은 최대 4200만 달러까지 늘어난다.
이젠 류현진이 화답할 차례. 출국을 앞둔 각오는 올차고 다부졌다. 100여명의 취재진 앞에서 야무진 목소리로 “목표는 늘 말해왔던 것처럼 두 자릿수 승리다. 최대한 평균자책점을 낮춰 신인왕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터뷰 내내 해맑았던 얼굴.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한편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조금 설레지만 입단 계약을 하러 떠났을 때보단 마음가짐이 무거워진 것 같다. 그때는 결과물을 가지러 간 것이었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할 때라 생각하니 조금 긴장이 된다.”
이미 담금질은 시작됐다. 입단 계약 이후 국내에 머물며 체력을 끌어올리는데 집중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미국에서도 계속된다. 류현진은 “아무래도 체력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며 “처음이라고 해서 무리하진 않겠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천천히 몸을 잘 만들겠다”라고 밝혔다. 이어 “캠프 시작 때까지 공을 던질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현지에서 거론되는 3선발이 되려면 캠프 기간 팀에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류현진은 체력 보강만큼 낯선 환경에서의 적응도 관건으로 여겼다. 주위의 기대와 프로야구 첫 직행선수란 부담도 여기에 포함된다.
“솔직히 한국에서 (메이러리그로) 직행하는 선수라 처음이라 부담이 많이 된다. 그걸 얼마나 빨리 떨쳐내느냐가 중요할 것 같다. 한국에서 하던 대로 계속 던지다 보면 금방 적응하지 않을까. 동료들과 빨리 친해지도록 하겠다.”
더 큰 무대로 진출하는 ‘괴물.’ 국내에서 선보인 위력은 재현될 수 있을까. 첫 단추를 잘 꿰매기 위해 류현진은 바로 LA 인근 보라스 코퍼레이션으로 이동해 체력을 끌어올린다. 다저스가 애리조나 주 글렌데일에 마련한 스프링캠프지 합류 예정일은 2월 초. 정규시즌 어떤 보직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여부는 이후 한 달간의 활약을 토대로 결정된다.
이종길 기자 leemean@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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