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창익 기자]“건설사가 단순 시공만 하는 것은 연기자가 시나리오 대로 대사만 읊조리는 것과 다를 게 없습니다. 이젠 단순시공에서 벗어나 사업기획, 설계ㆍ구매ㆍ시공(EPC)은 물론 파이낸싱(자금조달)과 운영 능력까지 두루 갖추어야 건설사도 생존할 수 있습니다. 연기자가 기획과 연출까지 해야 하는 셈이죠.”
삼성물산의 최근 해외수주에서 주목할만한 점은 건설과 파이낸싱을 결합해 잇따라 수주대박을 터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이 지난 3월 영국 2Co에너지사와 공동사업협약을 체결한 돈밸리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돈밸리 프로젝트는 영국 요크셔 햇필드 탄광 근처에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 및 이산화탄소포집ㆍ처리시설(CCS)을 건설하는 것으로 총 사업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규모다.
삼성물산은 이 프로젝트에 지분 15%로 참여한다. 2Co에너지가 65% 지분으로 주간사 역할을 하고 있고 독일 BOC가 산성물산과 마찬가지로 15%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사업에 최대 15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삼성물산은 프로젝트 회사에 공동협력사로 참여하게 되면서 향후 발주될 EPC 물량을 단독으로 수주할 수 있게 됐다. 아직 수주물량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보통 EPC가 전체 사업비의 70~80% 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최대 40억달러 가량의 수주물량을 잠정 확보한 셈이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사 부문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해 기획에서부터 컨소시엄 구성, 파이낸싱까지 아우르는 공동협력사 역할을 하는 것“이라며 ”최근 해외건설에서 파이낸싱 능력이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은 2016년 완공후 20년간 설비 운영에도 참여한다.
삼성물산의 단순 EPC 업체에서 벗어나 기획과 파이낸싱이 결합된 종합 연출자로서의 능력은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발주된 대형 민자발전사업(IPP)을 수주하면서 이미 확인됐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 발전업체 아크와파워인터내셔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우디전력공사가 발주한 쿠라야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ㆍ운영사업권을 따냈다.
수주규모는 21억달러다. 쿠라야발전소는 발전용량이 4000메가와트(㎿)로 세계 최대 복합화력발전소다.
2014년까지 발전소를 완공한 후 20년간 운영하면서 사우디 정부에 전력을 파는 사업이다. 발전소 운영은 삼성물산이 참여한 컨소시엄과 사우디전력청이 각각 50%를 출자해 만든 프로젝트 회사가 맡는다. 이 수주에서도 삼성물산의 파이낸싱 능력이 주효했다.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은 "돈밸리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과 설계, 구매, 운영, 투자 등 건설 산업 밸류체인 전 단계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은 물론 선진국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명실상부한 글로벌 플레이어의 위상을 갖출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창익 기자 windo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