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전견령 회장단과 간담회서 대기업 역할론 강조
[아시아경제 박민규, 임선태, 이민우, 김민영, 이현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재계 총수들의 첫 공식 만남이 26일 서울 여의도 KT빌딩에서 열렸다. 양측은 민감한 경제 이슈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조심스럽게 밝히며 30여분간의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전경련 회장단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간담회를 갖고 순환출자 제한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회장단은 박 당선인에게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흐름이라는 데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순환출자 제도의 경우 역기능도 있지만 순기능도 있는 만큼 순환출자 제한 정책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 당선인은 이에 대한 답변을 피한 채 회장단에 대기업의 변화를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기존 순환출자는 용인하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정책 공약을 밝힌 상태. 전경련은 신규 순환출자마저도 허용해 달라는 입장이다.
박 당선인은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이 지금 같이 성장하기까지는 많은 국민들의 뒷받침과 희생이 있었고 국가 지원도 많았다"며 "대기업은 국민 기업의 성격도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의 경영 목표가 단지 회사의 이윤 극대화에 머물면 안되고 공동체 전체와의 상생을 추구해야 된다"며 "앞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돌파하기 위해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부터 시작할 것이 아니라 어렵더라도 어떻게든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지혜와 고통 분담에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업종 및 골목상권 침해 자제도 주문했다. 박 당선인은 "중소기업의 영역이나 골목상권까지 파고들어 소상공인들의 삶의 터전을 침범하는 일도 자제됐으면 한다"며 "서민들이 하는 업종까지 재벌 2·3세가 끼어들거나 땅이나 부동산 등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건 기업 본연의 역할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박 당선인에게 경기침체기 재계의 역할론을 피력했다. 허 회장은 간담회 직전 인사말을 통해 "잘 살아보자는 일념 하나로 세계 속에 우뚝 일어섰던, 실사구시의 국민정신을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은 해외시장에서 더 많은 시장을 확보하고, 투자를 확대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새정부 정책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허 회장은 "대통령 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훌륭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경제계가 미력하나마 힘과 뜻을 모아 드리고 자 한다"며 "과거의 잘못된 관행은 과감히 극복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제대로 된 시장경제를 구축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박 당선인은 이날 전경련 회장단 간담회 전에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과의 만남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그는 "우리나라에 모든 정부 정책 경제 정책의 중심이 대기업과 수출 중심에서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내수까지 진작시키는 국정 운영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우리나라 경제에 대부분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조윤선 대통력직인수위원회 대변인은 "박 당선인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이 중산층을 복원하는 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확고한 인식이 있다"며 "당선인으로서의 첫 행보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을 만나는 것으로 따로 간담회를 가졌다는 데 상징적인 메시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들은 대통령 당선인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이라는 설렘을 안고 간담회 시작 1시간 전에 도착했다. 삼성그룹에서는 해외출장 중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대신해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참석했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류진 풍산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해외출장으로 이번 간담회에 불참했고,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은 2007년 전경련 부회장단 사퇴 의사를 표명한 이래 전경련 공식행사에 참석하지 않고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전경련 운영과 조직의 혁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 나 전경련은 김 회장의 부회장직을 유임시켜 아직 부회장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박민규 기자 yushin@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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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기자 ecolhj@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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