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 직후 살펴본 부동산 현장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며 부동산 시장에선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여야가 양도세 중과 유예 1년 연장에 합의했고, 취득세 50% 감면 혜택도 내년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아파트를 사고파는 부담이 그만큼 줄어든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종합부동산세에도 어떤 식으로든 손질이 가해질 전망이다. 보금자리주택 분양을 줄이고 임대 비중을 높이겠다는 박 당선인의 공약도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취득세 감면 시한 종료를 앞두고 거래 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선 뒤 매매값이 40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대감과 우려가 엇갈리는 가운데 대선 후 강남과 분당 등 1기 신도시, 강북 뉴타운 지역 등 주요 현장을 점검해 봤다.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새로운 사람이 됐으니 새로운 정책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일단 취득세 감면 연장한다고 해서 안심이다. 학군 수요가 몰리는 1~2월 전에 새로운 거래 활성화 대책이 없으면 전세가는 더 치솟을 것 같다."(일산서구 주엽동 L공인 대표)
지난 19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18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일산 부동산 시장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었다. 박 당선인은 경제 성장을 위해 중장기 대책 뿐 아니라 단기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감면 연장 등의 대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일단 안심이라는 분위기다. 하지만 선거 기간 내놓은 부동산 공약 대부분이 주거 복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데에는 우려를 표했다.
일산 부동산 시장은 취득·양도소득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하는 9·10 대책 효과로 9~10월 반짝 훈풍이 불었다. 하지만 11월 들어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책 불투명성이 더해져 매매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한다.
일산서구 주엽동 C공인 관계자는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정책이 변할 수 있기 때문에 다들 지켜보는 분위기였다"면서 "수요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있을 때 적절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우스푸어 문제 해결을 위해선 거래 활성화가 먼저인데 복지가 우선인거 같아서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학군 수요로 인한 전세가 상승에 대한 걱정도 털어놨다. 일산동구 마두동 L공인 대표는 "워낙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올 하반기 전세가 상승이 주춤했지만 1~2월이 걱정"이라며 "매매가 살아나지 않으면 전세가만 상승해 세입자의 고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이 내놓은 부동산 공약 중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등에는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에 대해선 주택형과 연령에 따라 효과가 다를 것이라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일산동구 장항동 L공인 관계자는 "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투자할 곳도 마땅찮아 수익률이 높은 반전세를 선호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이런게 집주인의 당연한 심리인데 자신의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세입자를 배려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일산동구 장항동 호수마을 한 아파트 135㎡형은 보증금 3000만원, 월세 120만원에 계약이 체결되기도 했다. 이 아파트 시세가 6억원 선인 것을 감안하면 보증금이 턱도 없이 적지만 집주인은 매달 들어올 120만원을 선택했다.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낮추는 박 당선인의 하우스푸어 대책에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일산서구 대화동 S공인 대표는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일산으로 이사오면서 하우스푸어가 된 사람들이 많다"면서 "앞으로 돈을 벌어서 가족을 부양해야 할텐데 50세부터 연금을 가입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형평형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큰 하우스푸어들에게는 일정 부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박 당선인이 취득세 감면을 연장한다고 말한 점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하우스·렌트푸어 문제 해결 대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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