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진격해 개전 6주 만에 파리를 함락시켰다. 전차와 항공기를 앞세운 전격전의 위력은 대단했고 오직 영국만이 독일과 외로운 투쟁을 하게 됐다.
독일은 영국의 제공권을 장악하기 위해 항공전을 전개했다. 당시 영국 공군은 독일의 3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었다. 전투가 계속될수록 영국의 패색은 짙어만 갔다. 독일은 영국인들의 항전의지를 꺾기 위해 런던까지 폭격했다. 하지만 영국은 이를 잘 견뎌내면서 특히 청년조종사들의 결사항전으로 반격에 나서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결국 독일을 격퇴할 수 있었다. 청년조종사들의 숭고한 정신이 수많은 영국인들을 구해낸 것이다.
한국도 1990년대 후반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나라의 운명이 흔들릴 만큼 큰 위기를 겪었다.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부도기업이 속출하면서 거리에는 실업자가 넘쳐 났다. 이때 절망의 나락에서 우리 경제를 구한 것은 창의와 도전으로 무장한 청년벤처인들이었다.
이들은 창업을 하는 과정에서 매일 밤을 새워가며 연구개발을 했고 혁신적 아이디어로 만든 신제품을 판매하면서 실업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했다. 이러한 벤처창업이 늘어나면서 우리 경제는 다시 성장의 활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물론 2000년대 초, 벤처거품이 걷히면서 일부 후유증을 겪기도 했지만 청년벤처인들이 경제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
벤처기업들은 지금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벤처기업의 총매출은 183조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에 이은 재계 2위 수준이다. 매출액 1000억원 이상 벤처기업도 381개사나 된다. 특히 2008년 말부터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뒤이은 유럽발 재정위기 속에 이뤄 낸 성과라 더 의미가 있다. 벤처는 고용증가율도 대기업의 3배나 된다. 질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5년간 벤처기업 수는 2만8000개로 증가했다. 정부도 창업 증가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창업절차 간소화를 위해 각종 제도를 정비하고 창업투자와 엔젤투자 활성화,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했다. 모태펀드 설립과 벤처투자 확대, 연구개발 지원을 대폭 확대했고 창업기업에 선배벤처의 성공경험을 전수해줬다. 또 실패기업인의 재기를 가로막는 족쇄였던 연대보증제도 개선 등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물론 벤처생태계의 발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엔젤활성화 등 투자위주 창업금융 확대, 창업실패 시 재도전이 활발한 환경 구축 등이 필요하다.
최근 중국과 일본 간 영유권 분쟁에서 보듯이 국가 안보를 보장받으려면 활력 있는 경제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지정학적으로 세계 초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나라가 국가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해 튼튼한 경제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벤처창업가들은 뛰어난 기술력과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우리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생존을 담보하는 청년조종사들로 평가받을 자격이 있다.
이 시간에도 자신만의 독특한 능력과 강점을 활용,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벤처창업가들이 있다. 많은 국민들이 이들의 더 큰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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