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여성의 절반 이상이 '결혼이나 이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고도 함께 살 수 있다(혼전동거)'는 견해(45.9%)도 절반에 가까운데 특히 2030세대는 60%를 넘는다. 통계청에서 매해 실시하는 사회조사 결과에 나타난 2012년 한국 사회의 자화상이다.
결혼관이 크게 달라졌다. 결혼을 해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2008년 27.7%였던 응답 비중이 올해 33.6%로 높아졌다. 여성(39.4%)이 남성(27.7%)보다 많은데, 특히 미혼 여성(50.9%)은 절반을 넘어섰다. 이혼에 대해선 결혼보다 더 '쉽게' 생각한다. 이혼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37.8%)과 그렇게 생각하는 미혼 여성 비율(52%)도 결혼보다 높다.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은 젊을수록,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한다. 이는 경제사회적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비싼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하기 어려운 2030세대는 연애ㆍ결혼ㆍ출산을 포기한 '삼포(三抛)세대'로 불린다. 가까스로 직장을 잡았는데 비정규직이라 결혼비용 모으기가 버겁다. 치솟는 전세ㆍ월셋값 때문에 신혼방 구하기도 힘드니 연애ㆍ결혼ㆍ출산에 인간관계까지 포기한다는 '사포세대'까지 등장했다. 과거보다 나아졌다지만 여성의 취업문은 여전히 남성보다 좁고 봉급도 차이난다. 결혼하면 가사ㆍ육아 부담까지 져야 한다.
달라진 결혼관은 단순히 가족과 사랑에 대한 개념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문제이자 국가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이다. 결혼이 늦어지거나 하지 않으니 저출산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 노인부양 부담은 커지고 경제활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이혼까지 쉽게 생각하니 결손가정 문제가 생긴다. 반값등록금과 출산ㆍ보육 대책 등이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된 이유다.
주변에 혼기를 놓친 3040세대가 적지 않다. 당사자들만 아픈 게 아니다. 지켜보는 가족도 함께 아프다. 결혼의 의미와 가정ㆍ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초ㆍ중ㆍ고교 시절부터 가르칠 필요가 있다. 대통령 당선인과 정치권도 기성세대와 사뭇 다른 2030세대의 표심(票心)을 잘 읽어 맞춤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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