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시중은행들이 새해를 맞아 대출 문턱을 낮추고 있다. 지난해 급격히 치솟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했지만 해가 바뀌면서 새로운 대출 총량 한도가 부여됐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서는 올해 대출 물량에서 초과분만큼을 깎는 '페널티'를 예고하는 등 당국의 규제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모기지보험 가입 제한 해제 및 주담대 한도 상향, 비대면 대출 재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은 일제히 모기지신용보험(MCI), 신규 주담대 모기지 신용보증(MCG) 적용을 재개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수도권 기준 주담대 한도가 5500만원가량 증가하게 된다. 모기지보험은 주담대 실행 시 가입하는 보험으로, 이 보험이 없으면 소액 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이 가능해 사실상 대출한도가 줄어든다.
또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도 늘어난다. KB국민은행은 2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폐지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억원으로 제한했던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2억원으로 늘렸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은 다주택자에 한해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여전히 1억원으로 제한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 지역에서,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수도권 주담대는 여전히 막혀있다. 유주택자의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는 하나은행만 가능하다.
전세자금 대출 규제도 완화된다. 국민은행은 임차보증금 증액 범위 내로 제한한 대출한도를 해제하기로 했다. 타행 대환 용도의 전세대출 신규 취급 제한도 푼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1주택 보유자를 대상으로 전세대출 취급을 제한했던 규제를 풀기로 했다.
신규 분양주택에 대한 전세대출은 하나은행만 가능했으나 올해부터는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에서도 가능하다.
비대면 채널을 통한 대출 역시 대부분 재개된다. 하나은행은 이달부터 실행되는 비대면 주담대 및 전세대출 판매를 재개했다. 신한은행은 비대면 가계대출 빗장을 풀었다. 우리은행은 비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재개했으나 비대면 신용대출은 여전히 막혀있다.
시중은행들이 속속 대출 재개에 나선 것은 해가 바뀌면서 은행별 가계 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돼 대출 여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넘긴 은행에 대해서는 초과분만큼 새해 대출 물량에서 깎는 '페널티'를 적용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올해도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리·신한·하나 등 시중은행 3곳과 인터넷 은행 1곳, 일부 지방은행이 지난해 가계대출 목표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제시한 관리 목표치에 이 같은 페널티를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융당국이 규제 기조를 이어갈 것을 시사했지만 대출 수요는 여전히 높을 것으로 보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지난해 중순부터 새해에 실행되는 대출 건에 대한 문의가 많았다"면서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규제가 시행되는 데다 이달 중순부터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최대 절반 가까이 떨어져 상반기에 대출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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