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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요즘 일자리 제조 공장은 제조업 아닌 서비스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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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원 서비스산업총연합 회장

[대담 = 이의철 부국장 겸 금융부장]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은 요즘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현재 맡고 있는 직함만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회장, 녹색금융협의회 회장, 한국경제교육협회 회장, FTA 민간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등 무려 34개다. 문화예술계 쪽에도 한일축제한마당실행위원회 실행위원,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이사, 아트에디션조직위원회 위원 등의 자리를 맡고 있다.

"무슨 자리 욕심이 이렇게 많냐"고 딴죽을 걸었다."이부장, 이게 내가 봉사하는 방법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박 회장은 최근 감투 하나를 더 썼다. 지난 9월 출범한 서비스산업총연합회 회장 자리를 맡은 것. 이 자리 역시 명예직이다. 박 회장은 "반성하는 마음에서 자리를 맡게 됐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은행연합회장으로 취임한 지 1년을 맞은 박병원 회장을 명동 은행회관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박 회장은 "선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정치인보다 더 바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박 회장은 경제기획원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차관까지 지낸 엘리트 관료다.반평생을 공직자의 신분으로 보냈던 그가 서비스산업 전도사로 변신한 이유는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이 낙후된 데는 공무원들의 책임도 크다"는 자책감 때문이다.


"공직에 있을 때부터 서비스산업 규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쳐야 한다고 말해왔지만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골프장에 특별소비세를 왜 매겨야 합니까. 강원도 정선에 있는 카지노의 입장료는 5000원인데 반해 골프장 입장료는 2만원이예요. 골프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알 수 있죠."


서비스산업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들이 상당하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나도 책임이 있으니 지금이라도 이를 고쳐보기 위해 나선 것"이라며 "관료가 아닌 해당업종 종사자의 신분에서 얘기하면 정치권에서 더 귀담아 듣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은 본인을 일종의 '위장 취업자'라고 표현했다. 과거 대학생이 노동현장에 '위장 취업'해 노동자들을 의식화시켰듯, 서비스산업 총연합회장으로 위장 취업해서 서비스산업을 의식화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서비스산업 종사자들은 차별대우를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정부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하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위한 연구개발비도 요구해야 하는데 눈치만 보고 있더라구요. 정부에 요구했다가 후환이 두려운거죠. 이처럼 자기 주장을 할 줄 모르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박 회장은 서비스산업에 대한 역차별 사례를 일일이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고 했다.


"제조업의 경우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농지 수용하고 전기세 깎아주고 이런저런 혜택을 줍니다. 그런데 서비스산업에는 그런 육성책이 없어요. 제조업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거죠."


박 회장은 그러나 실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서비스업종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일자리가 1991년 516만 명이었습니다. 지난해엔 409만 명이었어요. 10년간 100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줄어든 겁니다. 매년 10만개씩 줄어들었단 말이죠. 이게 제조업의 현실입니다. 석유화학단지를 가보세요. 수 조원 들여서 만든 공장을 30명 정도의 근로자가 돌립니다. 제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겁니다." 박 회장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그가 열변을 토할 때면 나타나는 현상이다.


"서비스업을 일자리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합니다. 특히 정책 당국자들이 그렇게 봐야 해요. 그래야 서비스업에 대한 규제가 없어질 수 있습니다. "


박 회장은 골프장을 사례로 들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골프장을 개설하려면 관할 부서의 허가 도장이 200개가 필요했다. 하지만 골프장 인허가와 관련된 규제를 과감히 없앤 결과 지금 전국의 골프장이 창출하는 일자리가 6만개라는 설명이다.


박 회장은 최근에는 대선후보들을 초청해 서비스산업 발전 방안에 대해 묻는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누가 당선되던 간에 새 정부에서는 일자리 창출이 최상위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고민의 강도가 부족합니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말로만 외치고 있을 뿐 절박함과 진실성이 묻어나지 않습니다. 이젠 일자리가 국가의 최상위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박 회장이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고용영향 평가제'다. 이는 어떤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그 정책이 고용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사전에 점검하는 제도를 말한다.


"많은 경제 현안들을 해소하는 열쇠는 역시 일자리가 쥐고 있어요. 고용이 최선의 복지인 셈이죠. 모든 정책을 수립할 때 일자리가 몇 개나 생기고 없어지는지에 대해 대통령이 직접 챙기고 또 꼬박꼬박 점검해야 합니다."


"너는 뭐했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어요. 일단의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비스업 활성화가 꼭 정답이라고 할 수만도 없겠지요. 그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은 영원한 공염불입니다"


그는 금융권에 대한 사회적 질타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저금리 상황에서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되고 있는데 편향된 시각으로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업이 이익을 내야 일자리 창출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단순한 수치만을 가지고 이익을 많이 낸다는 오해가 있는데 이익을 내기 위해서 투자를 어느 정도 했느냐가 중요합니다. 일례로 10원을 들여서 10원을 벌었으면 대박이지만 1000원을 들여서 고작 10원을 벌었다면 쪽박인 겁니다."


서비스산업총연합회가 출범한 지 이제 3개월 남짓. 총 1700만명으로 추산되는 서비스산업 종사자 가운데 총연합회가 아우르는 인원은 이제 1000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박 회장은 이제 시작이라고 했다.


"문제의 뿌리는 고용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합니다. 금융업은 물론 서비스업 전체가 함께 목소리를 높여야합니다. 서비스총연합회장도 그래서 맡은 거죠. 그것이 공직을 떠나고 나서도 국가에 기여하는 제 나름의 방식입니다."


정리=조강욱 기자 jomarok@ 사진=윤동주 기자




조강욱 기자 jomar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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