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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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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따라잡기③] '우주식품'은 '예스' 방사선식품은 '노'

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개발한 우주 식품. 지난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공간에서 실제로 먹은 음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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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장인서 기자] 백혈병에 걸려 면역력이 약해진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없을까? 방사선에서 그 답을 찾는 이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이주운 박사다.

그는 2009년 '감마선 조사 살균처리방식의 아이스크림 제조법'이라는 논문을 썼다. 바닐라, 초코, 딸기 아이스크림에 방사선을 쐬어 각종 유해세균을 줄이는 제조법에 대한 논문이다. 방사선 조사 기술을 사용하면 고온처리를 하지 않아도 균을 죽일 수 있다.


이 박사가 이끄는 방사선실용화기술부 팀은 지난 2010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공간에서 섭취했던 김치, 라면 등을 개발했다. 모두 방사선 처리를 한 것들이다. 우주식품은 곧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박사는 "사람들이 '우주식품'이라면 호기심을 보이다가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방사선 조사 식품은 여전히 논란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방사선 자체 뿐만 아니라 방사선을 조사한 후 식품에 생기는 화학 물질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이 붕괴되며 나오는 방사선(감마선)을 이온화한 에너지를 식품에 쐬면 식품속 세균들의 DNA 구조가 파괴되고 더이상 증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동시에 활성산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의 화학물질이 식품속에 생성된다.


이 물질을 통틀어 URPs(Unique Radiolytic Products)라 한다. 방사선이 분해되며 나온 독특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 화학물질을 두고 전문가와 기관, 시민단체의 의견이 갈린다. 방사선 응용분야의 전문가들은 URPs에 대해 "우려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유독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운 박사는 "우리나라는 식약청 규정상 식육, 수산물, 채소에 방사선 처리를 못한다"며 "클로스트리듐, 보톨리늄 등 유해 미생물이 동물 분변에 많이 묻어있는데 방사선 처리를 못하게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90년대 후반 학교급식용 햄버거 패티를 방사선으로 살균하도록 했고 일본도 지난 5월 홋카이도 감자 1만5000t을 방사선 조사로 살균했다. 미국, 영국 등 OECD국가가 포함된 56개국은 256개 품목에 걸쳐 방사선 기술을 식품 산업에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고춧가루, 건양파 등에 방사선 조사가 허용됐지만 방사선 조사를 하는 식재료의 양은 연간 100t 이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과는 달리 공공기관은 "방사선 조사식품이 현재까지 문제는 없으나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방사선 조사허용 식품 목록은 법률로 그 대상과 조사 절차, 기준별 흡수선량까지 명확하게 정해져 엄격하게 처리한다"며 "현재 품목 확대나 축소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의 하정철 팀장은 "방사선 조사 후 영양 성분의 손실이 크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며 "방사선량이 세면 암발생을 촉진하는 화학물질도 나온다는 일본의 논문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조사식품의 종류와 조사 범위에 대한 법적 규제에 관해서도 충분히 타당성 조사를 한 후에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 팀장은 "방사선 조사 품목에 관해선 서유럽 국가의 경우 방사선 조사 품목이 4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실제로 허가된 품목이 26개"라며 "우리나라의 방사선 조사식품 기준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방사선 조사에 관대한 나라의 특징은 주로 원전 국가라는 점"이라며 "비핵국가가 많은 유럽은 안전성 논란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안전성 논란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유관단체나 허가 품목 업체들이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의 방사선 조사식품 제조 허가 업체들 조차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방사선 조사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원재료에 방사선 조사 식재료가 들어간 품목이 들어있을까봐 품목 관리에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민·소비자단체는 "방사선 조사 식품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더이상 사용되서는 안된다"고 항변한다. 식재료의 발아, 부패를 억제함으로써 유통기간을 늘리려는 식품·유통회사의 농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방사선 조사로 인해 비타민, 영양소 파괴, 효소 활성화 방해 등이 식품 안에서 일어나고 이를 섭취한 사람의 대사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방사선 조사 기술은 식품 외에도 신소재, 육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스노보드, 골프채, 비행기 동체를 만들거나 캔음료의 함입량을 잴 때에도 방사선 기술이 사용된다.


첨단방사선연구소의 강필현 공업환경연구부장은 "2메가와트짜리 소형 풍력발전기 날개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탄소섬유 경화복합제를 쓰는 화학적 처리방법은 하루가 꼬박 걸리지만 방사선 처리는 단 10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의 강시용 방사선육종연구팀장은 "1928년부터 방사선 육종을 해왔으며 중국은 벼품종 개량 등 방사선과 화학 육종이 전체 품종의 20%, 일본은 1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육종은 교배 육종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고 환경유해성과 인체유해성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 관련기사 <[방사선 따라잡기①] 엄마들의 '눈물겨운' 방사선 탈출기>
☞ 관련기사 <[방사선 따라잡기②] "일본 원전사고 그 후…걱정에도 '반감기' 있더라>




박충훈 기자 parkjovi@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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