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시계아이콘02분 15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방사선 따라잡기③] '우주식품'은 '예스' 방사선식품은 '노'

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개발한 우주 식품. 지난 2008년 한국 최초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공간에서 실제로 먹은 음식들이다.
AD


[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장인서 기자] 백혈병에 걸려 면역력이 약해진 어린이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아이스크림은 없을까? 방사선에서 그 답을 찾는 이가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의 이주운 박사다.

그는 2009년 '감마선 조사 살균처리방식의 아이스크림 제조법'이라는 논문을 썼다. 바닐라, 초코, 딸기 아이스크림에 방사선을 쐬어 각종 유해세균을 줄이는 제조법에 대한 논문이다. 방사선 조사 기술을 사용하면 고온처리를 하지 않아도 균을 죽일 수 있다.


이 박사가 이끄는 방사선실용화기술부 팀은 지난 2010년 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가 우주공간에서 섭취했던 김치, 라면 등을 개발했다. 모두 방사선 처리를 한 것들이다. 우주식품은 곧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박사는 "사람들이 '우주식품'이라면 호기심을 보이다가 방사선 조사 식품이라고 하면 거부반응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방사선 조사 식품은 여전히 논란과 거부감을 불러 일으킨다. 방사선 자체 뿐만 아니라 방사선을 조사한 후 식품에 생기는 화학 물질 때문이다.


방사능 물질이 붕괴되며 나오는 방사선(감마선)을 이온화한 에너지를 식품에 쐬면 식품속 세균들의 DNA 구조가 파괴되고 더이상 증식을 할 수 없게 된다. 이와 동시에 활성산소, 포름알데히드, 벤젠 등의 화학물질이 식품속에 생성된다.


이 물질을 통틀어 URPs(Unique Radiolytic Products)라 한다. 방사선이 분해되며 나온 독특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이 화학물질을 두고 전문가와 기관, 시민단체의 의견이 갈린다. 방사선 응용분야의 전문가들은 URPs에 대해 "우려할 수준이 전혀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규제가 유독 심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주운 박사는 "우리나라는 식약청 규정상 식육, 수산물, 채소에 방사선 처리를 못한다"며 "클로스트리듐, 보톨리늄 등 유해 미생물이 동물 분변에 많이 묻어있는데 방사선 처리를 못하게 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은 90년대 후반 학교급식용 햄버거 패티를 방사선으로 살균하도록 했고 일본도 지난 5월 홋카이도 감자 1만5000t을 방사선 조사로 살균했다. 미국, 영국 등 OECD국가가 포함된 56개국은 256개 품목에 걸쳐 방사선 기술을 식품 산업에 사용한다.


우리나라는 고춧가루, 건양파 등에 방사선 조사가 허용됐지만 방사선 조사를 하는 식재료의 양은 연간 100t 이하에 불과하다.


과학자들과는 달리 공공기관은 "방사선 조사식품이 현재까지 문제는 없으나 경계를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방사선 조사허용 식품 목록은 법률로 그 대상과 조사 절차, 기준별 흡수선량까지 명확하게 정해져 엄격하게 처리한다"며 "현재 품목 확대나 축소에 대해서는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식의약안전팀의 하정철 팀장은 "방사선 조사 후 영양 성분의 손실이 크고 노화를 촉진하는 활성산소가 많이 발생한다"며 "방사선량이 세면 암발생을 촉진하는 화학물질도 나온다는 일본의 논문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 조사식품의 종류와 조사 범위에 대한 법적 규제에 관해서도 충분히 타당성 조사를 한 후에 제정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하 팀장은 "방사선 조사 품목에 관해선 서유럽 국가의 경우 방사선 조사 품목이 4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실제로 허가된 품목이 26개"라며 "우리나라의 방사선 조사식품 기준이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은 방사선 조사에 관대한 나라의 특징은 주로 원전 국가라는 점"이라며 "비핵국가가 많은 유럽은 안전성 논란에 더 민감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안전성 논란이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어서 유관단체나 허가 품목 업체들이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국내의 방사선 조사식품 제조 허가 업체들 조차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방사선 조사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다.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오히려 원재료에 방사선 조사 식재료가 들어간 품목이 들어있을까봐 품목 관리에 신경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민·소비자단체는 "방사선 조사 식품은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더이상 사용되서는 안된다"고 항변한다. 식재료의 발아, 부패를 억제함으로써 유통기간을 늘리려는 식품·유통회사의 농간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 방사선 조사로 인해 비타민, 영양소 파괴, 효소 활성화 방해 등이 식품 안에서 일어나고 이를 섭취한 사람의 대사작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방사선 조사 기술은 식품 외에도 신소재, 육종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스노보드, 골프채, 비행기 동체를 만들거나 캔음료의 함입량을 잴 때에도 방사선 기술이 사용된다.


첨단방사선연구소의 강필현 공업환경연구부장은 "2메가와트짜리 소형 풍력발전기 날개의 강도를 높이는 과정에서 탄소섬유 경화복합제를 쓰는 화학적 처리방법은 하루가 꼬박 걸리지만 방사선 처리는 단 10분이면 된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구소의 강시용 방사선육종연구팀장은 "1928년부터 방사선 육종을 해왔으며 중국은 벼품종 개량 등 방사선과 화학 육종이 전체 품종의 20%, 일본은 1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육종은 교배 육종보다 오히려 더 안전하고 환경유해성과 인체유해성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방사선 조사 식품 속 '이것' 때문에 싸운다


☞ 관련기사 <[방사선 따라잡기①] 엄마들의 '눈물겨운' 방사선 탈출기>
☞ 관련기사 <[방사선 따라잡기②] "일본 원전사고 그 후…걱정에도 '반감기' 있더라>




박충훈 기자 parkjovi@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