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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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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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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데뷔 12년차의 배우 손예진이 그동안 블록버스터에 출연한 적이 없다고? 손예진 정도의 흥행성이 보장된 배우가 그럴 리가 있나.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알아봤다. 그러고 보니 진짜 그랬다. 국내 시장에서 불리는 ‘블록버스터’의 개념으로 보자면 분명히 그는 데뷔 이래 제작비 100억 대가 넘는 영화 출연이 없었다. 그래서 오는 25일 크리스마스날 개봉하는 ‘타워’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손예진이 선택한 영화 '타워'. 손예진과 블록버스터, 왠지 조금은 낯선 조합이란 생각이 들었다.

10일 서울 시내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했다. 기록적인 한파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날씨다. 잠시 후 두터운 옷을 입은 채 발그레하게 양볼이 얼은 손예진이 뛰어 들어왔다. “조금 늦었다”며 황급히 자리로 왔다. 늦었다고 미안함을 보이는 데도 이 배우 능청스럽다. 또랑또랑한 눈을 뜨고 쳐다봤다. 손예진이 똑바로 쳐다보는 데 같이 눈을 마주칠 남자가 대체 몇 명이나 될까. 저절로 눈이 아래로 내려갔다. 질문부터 시작했다. 첫 의문점이었던 데뷔 첫 블록버스터 출연이다.

[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손예진은 “의도한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됐다. 사실 취향 자체가 사람 얘기를 좋아했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만들어진 블록버스터에 그게 없다는 말은 아니다”면서 “그냥 사람 얘기에 초점을 맞춘 영화들이 좋았다. 지금까지의 출연작들을 보면 대충 손예진의 개인 취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을 조금 풀어보자. 큰 영화의 경우 배우들의 역량보단 감독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크다. 때문에 배우들은 하나의 맞춤형 조각처럼 그 안에 들어맞아야 한다. 결국 배우 자체로선 연기적 능력을 발휘할 여유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타워’ 역시 솔직하게 그랬단다. 제작발표회 당시 연출을 맡은 김지훈 감독은 “총 3000컷 가운데 1700컷이 CG(컴퓨터 그래픽)이다”고 밝혔다. 손예진은 “그냥 허공에서 연기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결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타워’ 출연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단다.


그는 전작인 ‘오싹한 연애’를 거론했다. 당시에는 자신이 책임져햐 할 부분이 너무 커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걸출한 선배들이 포진해 있다. 그렇기에 마음 놓고 놀아봤단다.

[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손예진은 “설경구 김상경 김인권 김성오 등 연기 잘하기로 소문난 분들이 총출동했다. 배우들이 많으면 상대방과의 연기 호흡이 중요한데 이런 분들은 이미 타고난 분들이다”면서 “몸은 정말 힘들었지만 이렇게 즐거웠던 현장도 데뷔 후 처음이었다”고 웃었다.


그렇게 말하지만 손예진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르 자체가 재난 영화 아닌가. 불과 물에 고생한 것만 생각하면 진저리가 처진다고. 가장 더울 때는 불 때문에 고생했고, 가장 추울때는 물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는 “블루 스크린 앞에서 촬영하는 데 그냥 ‘물이 널 덮칠거다’고 감독님이 그러더라. 그리고 ‘액션’ 사인이 떨어지자마자 정말 2~3초 정도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던 적이 있다”면서 “집체만한 물벼락이 옆에서 날 때린거다. 정신을 차린 뒤에는 정말 웃음 밖에 안나왔다”며 다시 웃는다. 10월 달 야외 수조 세트에서의 잠수 촬영도 죽을 맛이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고단했던 것은 의외로 ‘액션’이었다. 일반적인 개념의 ‘액션’이 아닌 ‘몸 연기’를 말하는 ‘액션’ 말이다.

[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손예진은 “여배우들은 기본적으로 로맨스나 멜로물을 많이 하다 보니 이런 재난 영화에서의 몸동작에 익숙하지 않다. 나 역시 촬영 뒤 모니터링을 하는 데 너무 어색해 창피하더라”면서 “나오면 안되는 상황에서 여성스런 몸짓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와 진짜 고생했다”고 얼굴을 붉혔다.


이런 모든 장면이 블루스크린을 이용한 크로마키 촬영 기법으로 이뤄졌다. 결국 촬영 중간에 배우들끼리 연기에 몰입해야 함에도 “우리가 뭐하는 거지”란 생각에 얼굴이 마주치면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 일쑤였다고. 손예진은 “생각해봐라.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에서 낭떠러지라 여기고 ‘조심해’ ‘내 손 잡아’ 이러면 정말 민망해서 얼굴도 못든다”며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타워’ 자체가 재난영화 일 뿐, 손예진의 표현대로라면 현장은 출연 배우들에게 소풍이나 다름없었단다. 특히 홍일점이나 다름없는 손예진은 현장에서 말 그대로 공주였다고. 촬영 후반부에는 연일 술파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웃는다.


그는 “정말 태어나서 이 보다 더 고생한 적이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 경구 오빠나 상경 오빠는 군대 유격도 이거보단 쉽겠다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난 이 멤버라면 한 100번은 다시 하라고 해도 할 것 같다”며 ‘타워’의 끈끈한 동료애를 과시했다.

[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현재는 ‘타워’에 모든 신경이 집중한 손예진이다. 최근 사회성 짙은 문제작들이 주목을 받으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에 대한 개념이 흐려진 게 사실이다. 결국 ‘타워’ 같은 대작이 예전 만큼 큰 바람몰이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충무로 제작 환경 자체가 대규모 투자보단 중소 규모 투자로 전환되고 있다.


손예진은 “대규모 영화 역시 웰메이드란 말이 부끄럽지 않게 잘 만들면 관객들이 찾아 줄 것이라 믿는다”면서 “물론 그것보다도 상생이 중요하다. ‘타워’ 같은 대작들이 흥행되야 투자 시장 역시 활성화 되고 결국 중소규모의 영화들이 같이 사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다부진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으로 손예진과 19금 코드의 상관관계가 궁금했다. 연말 19금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연이어 개봉을 하며 연인들의 얼어가는 가슴을 녹이고 있다.


손예진은 “기억 못하나 본데 나도 좀 벗어 본 배우다”고 웃은 뒤 “‘백야행’ 때 ‘손예진 또 벗어’란 기사 제목을 본 뒤 상처를 많이 받았다. 국내 영화계가 이상하게 여배우의 능력치를 벗는 것으로 기준점을 삼는 것 같다. 이제는 배우보단 여자로서의 선택이 먼저 일 것 같다”며 다소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어 “바로 다음 작품에서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게 있다면 섹시한 손예진을 보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인터뷰] 손예진 "영화 '타워'로 고생? 내겐 소풍이었다" 사진 = 송재원 기자


배우 손예진, 멜로부터 코미디 그리고 로맨틱 스릴러에 이어 블록버스터 재난영화까지. 장르의 한계성을 파괴 중인 충무로 여배우의 모범사례로 남을 것 같다. 영화 ‘타워’가 그 기점이 될 것임이 확실하다.




김재범 기자 cine517@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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