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는 주말 저녁 우리 가족의 필수 시청 프로이다. 그중 '용감한 녀석들'이란 코너를 보면 '개그가 이렇게까지 승화될 수도 있구나'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들은 이렇게 외친다. "한숨대신 함성으로! 걱정대신 열정으로! 포기대신 죽기 살기로!" 이 시대의 불확실성을 온 몸으로 부딪치고 있는 젊은이들을 향한 외침이겠으나 오히려 필자의 가슴에 와 닿는다. 그래, 긍정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한다.
"전 세계 인구의 1인당 국민총생산(GDP)은 얼마쯤 될까요?" 필자가 대학에서 특강을 하게 되면 가끔 던지는 질문이다. 사실 금융위기 전까지는 필자 역시 모르고도 잘 살았던 이슈인지라 대부분의 경우 대답 없이 조용하다. "세계 인구의 1인당 GDP는 1만달러입니다." 필자의 설명에 강의실 여기저기서 약간의 탄성이 터진다. 감각보다 많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2011년 전 세계 GDP는 70조 달러, 전 세계 인구는 70억 명, 나누면 1만 달러이다.
사실 세계 인구의 1인당 평균 GDP가 1만 달러라면 대단한 사건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자명한 것은 세계가 그만큼 잘 살게 됐다는 것이다. 50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1960년 전 세계 인구의 1인당 GDP는 444달러 수준이니 그동안 놀랍게 성장한 것은 분명하다. 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본주의의 고도화 덕분이다. 지난 50년간 큰 틀에서 보면 서구가 주도한 신자유주의의 확산과 글로벌경제의 진전이 세계경제의 성장을 견인했다. 90년대 이후로는 인구 대국인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소위 이머징국가의 두각이 세계경제를 급가속 발전시켰다. 이에 따라 우리의 삶 또한 풍요로워졌다. 열심히 일하고 은퇴한 노부부가 난생 처음으로 크루즈 여행을 하며 지나온 삶을 자축하는 장면, 젊은 직원이 "열심히 일한 당신! 자격있다!" 외치며 스스로 번 돈으로 스스로에게 명품 하나 선물하는 정도는 자본주의가 연출한 따뜻한 장면이라 하겠다.
반면 1만 달러라는 숫자는 많은 문제점을 잉태했다. 자산의 버블과 붕괴, 국가와 기업 및 가계의 커다란 부채, 부의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의 증가! 동전의 양면처럼 한 쪽으로 엄청난 풍요를 목격하며 다른 한쪽으로는 팍팍한 삶을 대면해야 한다.
쉽게 볼 과제는 아니다. 해결하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 경제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해 주요국들은 거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 주요국이 재정지출과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를 통해 투입한 돈이 12조 달러를 넘어선다. 유럽에서는 한 달이 멀다하고 정상회담이 열린다. 그럼에도 잠깐 동안만 반짝할 뿐이다.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단기적 재정절벽 이슈와 장기적 재정적자 감축 과제, 유럽은 이에 더해 은행감독체계와 재정 통합이라는 정치적 난제까지 해결해야 한다. 여기에 중국과 일본의 구조 개혁 문제 등이 국제간에 얽혀 있다. 일견 상충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이고 결국 두 마리 토끼를 쫓아 동시에 잡아야 한다는 뜻일 수 있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도 여러 명이 함께 쫓고 한 방향으로 잘 몰면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본다. 시간이 걸릴 수 있겠으나 결국 공조와 협상을 통해 해결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날 선 비난, 충돌, 예단이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지금은 극복하고 해결하는 끈기와 의지, 더 부족한 남을 돕는 배려, 양극단을 아우르는 합리적 조정, 기존 시스템의 긍정적 과실을 수확하며 부작용을 치유해 나가는 지혜, 이런 것들이 중요해 보인다.
이제는 한숨, 걱정, 비난, 포기라는 나쁜 기를 버리고 배려, 열정, 끈기, 긍정이라는 맑은 기를 불어 넣을 필요가 있다. 주말 저녁 월요병을 날려 버리는 그들의 멋진 샤우팅처럼 우리 모두 '용감한 녀석들'이 될 필요가 있다.
권용원 키움증권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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