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기술유출 51%, 자동차>정보통신>음식료 업종 順…중소기업보다 대기업 피해 더 커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1. 일본과 중국에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 임직원들은 최근 원료 제조 기술 유출 건으로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 3개월전 퇴직한 이 모씨가 재직시 알고 지내던 중국기업에 관련 기술을 유출시켜 수억원의 피해를 입은 것이다.
#2. 철강업계의 대기업 B사는 경쟁사 C사와의 수주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연구개발 업무에 관여했던 김 모 과장이 올 초 B사의 기술을 빼낸뒤 자취를 감춰버렸고 관련 기술을 C사에 거액을 받고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올 들어 발생한 국내 대·중소기업의 실제 기술 유출 사례다. 각사별 지식재산을 도둑맞아 실적감소, 구성원 사기저하 등을 겪고 있는 상장 제조사 비율이 올해에만 15%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업종의 피해가 가장 컸다.
6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300개 상장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국내기업의 지식재산 유출피해실태와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핵심기술유출, 특허 침해, 디자인 도용 등의 피해를 겪었다'는 기업이 전체의 14.7%에 달했다. 이들 기업의 지난 1년간 평균 피해건수는 2.1건으로 집계됐다.
주요 피해유형으로는 '산업스파이에 의한 기술유출'이라는 답변이 51.0%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술특허 침해'나 '상표·디자인 도용'이라는 응답은 각각 26.0%, 23.0%로 조사됐다.
업종별로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23.8%), 정보통신(23.3%), 음식료(20.0%) 업종이 다섯 군데 중 한 군데 이상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철강(16.7%), 섬유·의복(16.7%), 조선(14.3%), 기계(12.2%), 유화(6.8%) 등의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대기업(17.4%)의 피해가 중소기업(13.5%)보다 다소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국내 기업들이 기술유출이나 지식재산권 침해를 당하더라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재산 침해시 대응방안을 묻는 질문에 '소송이나 분쟁조정 등 법적 절차로 강력 대응한다'는 응답은 25.0%에 그친 반면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거나 상대회사에 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라는 답변은 75.0%나 됐다.
기업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못하는 이유로는 '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도 실효성 있는 손해배상을 받기 힘들어서'(44.4%),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서'(22.2%) 등이 꼽혔다.
지식재산 보호를 위한 정책과제로 기업들은 ▲지적재산침해에 대한 예방장치 강화(31.5%) ▲피해 예방·대응 관련 컨설팅 강화(31.1%) ▲분쟁해결제도 개선(25.6%) ▲관련처벌 강화’(11.2%) 등을 차례로 꼽았다.
특허권, 소유권, 저작권 등에 대한 사용료인 로열티 지급실태를 조사한 결과 '최근 1년간 로열티를 지불한 적이 있다'(11.7%)는 기업은 '로열티를 받아본 적이 있다'(4.3%)는 기업보다 3배 가량 많았다.
박종갑 대한상의 상무는 "국내기업들의 기술력과 세계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산업스파이나 특허괴물을 통한 해외 경쟁기업들의 견제가 날로 거세지고 있다"며 "기업차원에서의 지식재산 관리전략과 대응이 강화돼야 할 것이지만, 업계의 공동대응과 중소기업을 위한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대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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