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승계 아니다" 선 그었지만…힘실린 이재용 리더십

미래전략실 삼성전자 인사 이동 최소화, 금융계열사는 임원 인사 통해 조직 재정비

이건희 회장 '현장보필' 강화...팀장교체는 오히려 최소화
갤럭시 성공신화, 그룹 全부문 전파" 전자리더, 계열사로 이동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이창환 기자, 김민영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경영 보폭을 넓힐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직접 경영 전반을 챙기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보좌하며 사업 전반을 현장에서 더욱 강하게 지원할 예정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 부회장은 최고운영책임자(COO)로서의 권한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기존 역할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회장 직을 맡아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 전반의 주요 비즈니스를 직접 챙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를 놓고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팀장 상당수를 교체할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삼성전자를 담당하는 이상훈 전략1 팀장(사장)만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이동을 최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사장은 윤주화 사장이 맡고 있던 DMC 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으로 이동한다. 종전 삼성전자를 맡았던 이 사장은 삼성전자 내부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 가장 적합한 인물로 평가 받는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전사 경영지원실장도 겸임해 윤주화 사장시절보다 역할이 늘어났다.

이 사장의 이동으로 미래전략실 전략1 팀장 자리에는 삼성정밀화학 대표이사,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지원실장을 역임한 김종중 사장이 선임돼 최지성 실장과 호흡을 맞춘다. 김 사장은 경영전반에 대한 거시적 안목과 균형있는 조율력을 바탕으로 계열사 경영을 전략적으로 지원하도록 해왔다.

최 실장은 DMC 부문은 총괄해왔지만 DS 부문 사업은 맡은적이 없었다. 때문에 최 실장이 김 사장을 전략1 팀장으로 영입해 삼성전자 사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자계열사는 역시 스마트폰이 일등 공신이었다. 사장으로 승진된 이돈주 부사장과 홍원표 부사장은 모두 무선사업부 출신으로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부터 전략마케팅과 상품기획을 맡아 휴대폰, 스마트폰 세계 1위 달성에 공헌했다.

최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이동으로 공석이 된 삼성전자 세트(DMC) 부문장은 결국 선임되지 않았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를 중심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을 챙기고 윤부근 사장이 가전, 신종균 사장이 휴대폰을 이끄는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각 부문 모두 글로벌 1위를 달성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현 체제를 바꾸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별개의 회사라고 할 만큼 규모가 큰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DMC 부문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글로벌 1등을 달성하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해 굳이 부문장 선임이 필요없다는 것이 최고경영진들의 판단이었다"면서 "두 사장이 협의와 조정을 하는 현 체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다른 전자계열사 중에는 삼성코닝정밀소재 박원규 부사장이 삼성코닝정밀소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지속적인 기술혁신을 통한 대면적 박판화로 LCD용 기판유리의 고부가화를 주도했고, OLED용 기판유리 양산에도 성공한 세계 최고의 유리성형 제조 전문가다.

이밖에도 전자 계열사 임원 중에서 업무가 변경된 사람으로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기존에 겸임했던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 직함을 떼고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장으로 내정됐다.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에는 김기남 삼성전자 삼성종합기술원장이 부임한다.

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자산운용 사장에 윤용암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부사장이 승진 이동하면서 조직 쇄신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고된다.

윤 사장은 2001년 삼성물산 상사부문 뉴욕지사 관리팀장 이사보를 거쳐 이듬해 삼성전자 북미총괄 전략기획팀장 상무를 역임했다. 이후 삼성생명보험 기획담당 전무, 삼성화재해상보험 기업영업총괄(부사장)을 거친 뒤 지난해 삼성생명 자산운용본부장으로 이동했다.

박준현 삼성자산운용 사장은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산업담당 사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삼성그룹은 "박 사장은 급변하는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정책 제언과 금융사 경영자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고 밝혔다.

박 사장은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장과 삼성증권 . 대표이사를 거쳐 올해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로 부임했지만, 삼성증권 재직시절 홍콩법인의 손실에 대한 책임이 크고, 올해 자산운용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하면서 1년 만에 자리를 옮기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