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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1985' 부진하고 '26년'만 활짝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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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동1985' 부진하고 '26년'만 활짝 웃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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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범 기자]5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른 4일자 일간 영화 박스오피스를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영화 ‘26년’과 ‘남영동1985’의 성적이다. ‘26년’은 평일임에도 평균 10만 명이 넘는 관객 몰이를 하고 있다. 스크린 수도 580개에 하루 상영횟수 2319회에 이른다.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던 ‘광해, 왕이 된 남자’가 흥행세를 유지하던 10월 중순 쯤 스크린 수 600개, 상영횟수 2600회와 큰 차이가 없다.

반면 같은 날 박스오피스 9위(10위는 4일 언론시사회가 열린 ‘반창꼬’였다) ‘남영동1985’가 차지했다. 일일 관객 수 5000명 이하로 떨어졌고, 스크린 수도 203개에 상영횟수도 451회에 불과하다. 이미 ‘퐁당퐁당’(교차상영)으로 빠져버린 상태다.


두 영화의 경우 한때 국가 권력의 최고봉에 선 ‘그 사람’을 직간접적으로 그린다. 먼저 ‘26년’은 광주민주화항쟁의 시발점인 ‘그 사람’을 단죄하기 위한 사람들의 극비 프로젝트로, 인기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원작이 모티브다. 탄탄한 원작의 구성력과 통렬한 스토리의 전개는 독자들에게 큰 카타르시스를 전해줬고, 독재자이자 학살자로서 국민들의 가슴에 비수를 꽂은 ‘그 사람’은 더욱 얄 굳은 존재감이 됐다.

현재 '26년‘에 대한 평은 극과 극이다. ‘현대사에 대한 재조명이다’ 혹은 ‘통쾌함에 온몸이 짜릿했다’는 반응이다. 반면 혹평도 존재한다. ‘원작의 구성력에서 그 사람만 따왔냐’ ‘너무 안일한 완성도에 실망했다’ 등도 나온다. 일부에선 제작 두레 등 온 국민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온 것에 비해 짜임새나 구성력이 너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제작과 개봉 시기를 맞추기 위해 급조된 느낌이 크다는 것.


이런 분위기는 ‘그 사람’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일종의 팬덤으로 만들어 버리고 있다. 한 평론가는 ‘26년’에 대한 혹평을 했다가 영화 제작진과 네티즌들에게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반면 ‘남영동1985’는 상당히 견고하고 획기적인 영화적 시도와 확실한 메시지 등을 담고 있음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러진 화살’로 폭발적인 인기를 끈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란 사실에 큰 관심이 쏟아졌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상영당시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도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영화에 감탄했다.


‘고문’이란 소재와 한정된 공간에서의 서사구조 등이 분명한 ‘남영동1985’의 약점이다. 하지만 단순화시킨 미장센과 당시 권력자가 만들어 낸 비이성적 사고관의 가해자들, 그리고 시대의 권력에 피해자가 된 고 김근태 의원의 모습을 그리며 여러 질문을 하게 만든다.


두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사람’에 대한 공통된 묘사를 담는다. ‘26년’은 학살자로서 ‘그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반면 ‘남영동1985’에는 전혀 언급되지 않는다. 단 ‘그 사람’의 집권 시기 중 최고조였던 1985년을 배경으로만 한다. 관객들의 감정을 건드리는 방법에서 ‘26년’은 솔직했고, ‘남영동1985’는 에둘러 그 사람이 만든 시대의 긴장감에만 주목했다. 관객들은 솔직함에 주목했고, ‘26년’의 흥행세로 이어졌다.


이런 분위기는 '26년'의 배급에서 손을 땐 대기업 배급사들을 돌려 놓고 있다. 현재 ‘26년’의 경우 지난달 30일 481개 스크린에서 하루 뒤인 12월 1일 609개로 껑충 뛰었다. 반면 ‘남영동1985’는 같은 날 216개에서 199개로 빠졌다.


‘26년’은 총 제작비 46억 원이 투입된 영화다. 충무로 기준으로 결코 작지 않은 규모의 영화다. 이 가운데 1만 5000명이 참여한 제작 두레가 7억원, 가수 이승환이 10억 원을 냈다. 이에 반해 ‘남영동1985’은 5억 원이 들었다.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최민식은 수상 소감에서 “작은 영화와 큰 영화의 상생 방안을 고민해 보자”고 말했다.


같은 시기 같은 맥락을 그린 두 영화의 상반된 행보가 극소수에게 또 다른 시선을 갖게 만들고 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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