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연례행사다. 내년 예산안 처리가 표류하고 있다. 법정시한을 넘길 조짐이다.22일까지 처리하겠다던 여야 합의는 정치인의 약속에 불과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관계자는 21일 "당초 약속한 22일은 고사하고 법정 시한 내 처리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여야 관계자들은 모두 대선 이후에나 내년 예산안이 마무리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관심은 다른 데 있어서다. 대부분의 의원들이 오는 27일 시작되는 대선 공식선거운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예산안 처리에 늑장을 부리는 것은 익숙한 풍경이다. 국회는 지난 2003년 이후로 단 한 차례도 법정시한을 지키지 않았다. 파행을 보이다 연말에 가서야 처리한 것이 부지기수다. 4대강 예산을 놓고 가장 극한 대립을 벌였던 2010년에는 새해를 불과 30분 남겨 놓은 시점에 여당이 몸싸움을 해가며 단독으로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래도 기대는 있었다. 여야 모두 정치쇄신과 민생을 주장했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준법국회를 수차례 강조했다. 대선이 있는 해에는 눈치를 보며 시한을 지키는 경우가 많았던 것도 기대감을 부풀렸다. 역대 국회에서 예산안을 법정시한 내에 처리한 6번 중 3번이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조차 없었다. 21일까지도 예산안 심의를 위한 계수조정소위조차 구성하지 않았다. 서로 한 명씩 더 넣겠다고 논의기구를 만들지 못한 것이다. 여야는 지난 8월 결산심사 당시 새누리당 7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 등으로 위원회를 꾸리기로 합의했다. 다만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이 합당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진 것이다.
이른바 '새 대통령 예산'을 들고 나오면서 문제는 더 꼬였다. 민주통합당은 정부 예산안의 1%에 해당하는 3조~4조원을 새 대통령 몫으로 떼어놓자고 요구했다. 새누리당은 '초헌법적 발상'이라며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사사건건 대립하던 여야가 조율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대선을 앞두고 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다. 재정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난색을 표하는 정부의 하소연을 외면하는 것도 똑같다. 새누리당은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을 위해 내년도 예산 4조3000억원을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새 대통령 예산' 외에 일자리 창출 등 총 12조원을 더 써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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