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 재심사 의지 밝혀...프랜드(FRAND) 이슈서 삼성에 유리하게 해석해 결과 주목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삼성-애플 소송의 예비판정 결과를 재심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세기의 소송'이 새 국면을 맞았다. 보호무역주의로 치닫던 미국 행정부가 한발 물러서면서 삼성전자가 기존 판정 결과를 뒤집고 반격의 고삐를 죌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미국 ITC는 19일(현지시간) 삼성-애플 소송과 관련해 지난 9월14일 내린 예비판정 결과와 관련해 모든 사안을 '전부(in its entirety)' 재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특허 4건 모두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불복해 재심사를 요청했고 ITC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판단하기 위해 특허 범위, 침해 여부와 관련된 13개의 질의 항목을 제시하고 양사에 답변을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삼성전자는 12월3일, 애플은 12월10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날 ITC가 삼성전자의 요청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면 예비판정 결과는 내년 1월14일 예정된 최종판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삼성전자로서는 불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ITC가 삼성전자의 재심사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열렸다.
당장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 4건을 침해했는지를 다시 조사한다. 만약 애플의 특허 침해가 인정된다면 ITC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아이폰, 아이패드의 미국 수입을 금지할 수도 있다. 미국 법원에서 진행 중인 특허전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ITC가 기존 입장을 뒤집은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ITC는 지난 9월 애플이 삼성전자의 특허를 1건도 침해하지 않았다고 결정한 반면 10월에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판정해 형평성 논란을 낳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C의 재심사 결정을 환영한다"며 "최종판정에서는 삼성전자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는 ITC가 지난 10월25일 내린 예비판정 결과에도 불복해 재심사를 요청했으며, 이에 대한 재심사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당시 ITC는 삼성전자가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다고 결정한 바 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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