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생산 예상밖 감소+사상 최대 무역적자' 경제지표 부진 지속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5%를 넘어설 수 있을까.
인도 정부는 아직 자신만만하다. 인도는 공식적으로 2012~2013 회계연도(2012년 4월~2013년 3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4%로 유지하고 있다. 팔라니아판 치담바람 재무장관은 지난주 올해 경제성장률이 5.5~6%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최근 인도의 경제지표를 보면 정부의 자신감이 어디서 비롯되는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할 정도다.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던 생산이 오히려 줄고 물가상승률은 여전히 높다. 무역 적자로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온라인판은 최근 수개월 간 개선되는 흐름을 보여준 인도의 무역수지가 9~10월 다시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인도 정부가 발표한 10월 무역수지는 210억달러(약 22조8102억원) 적자다. 사상 최대다. 150억달러 수준이었던 무역적자 규모는 9월 180억달러로 치솟더니 지난달 결국 200억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경기둔화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원유 수입은 31.6%나 급증한 탓이다. 인도 정부는 남부를 중심으로 전력 부족에 대비해 석유 수입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산업생산 지표도 충격적이었다. 9월 산업생산은 2.8% 증가할 것이라던 예상을 깨고 되레 0.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회계연도 상반기 산업생산 증가율은 0.1%에 그쳐 전년 동기 5.1%에서 뚝 떨어졌다.
그러나 인도중앙은행(RBI)은 다른 나라의 중앙은행들과 달리 경기부양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물가가 여전히 너무 높기 때문이다. 인도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9.75%로 9월에 비해 0.02%포인트 올랐다.
현지 예스뱅크의 수브하다 라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2일 발표된 경제지표 부진에도 RBI가 정책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내년 1·4분기에나 RBI의 정책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4.9%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 정부의 예상대로 5%대 성장률을 기록해도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혼란이 발생한 2008년을 제외할 경우 10년만의 최저 성장률이다.
경제지표 악화로 인도가 투자적격 등급을 잃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업체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지난달 초순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4월 S&P가 인도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강등한 지 6개월만의 일이다. S&P가 현재 인도에 부여하고 있는 신용등급은 투자 적격 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다. 추가 강등은 곧 정크(투자 부적격) 등급을 의미한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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