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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몽니'에 막힌 발레 철광석시장 독점 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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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브라질의 세계적 광산업체 발레(Vale)는 최대 수요국인 중국으로 철광석을 운반하기 위해 20억달러를 들여 세계 최대 규모의 벌크선을 투입했다. 그러나 정작 중국은 이 배가 들어오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해운시장까지 진출해 글로벌 철광석 시장 독점을 노리는 발레와 이를 마뜩잖게 여기는 중국 해운업계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항만당국은 길이만 360m인 발레막스(Valemax)급 초대형 벌크선이 입항할 경우 안전성 우려가 있다며 입항을 불허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이 보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중국 해운업계를 지배하는 차이나코스코(원양운수집단공사) 등 국영 기업들의 견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철광석 화주인 발레는 지난 2008년 기존 25만~36만5000DWT(deadweight ton : 적재가능 화물중량)급 운반선 ‘VLOC(대형광석운반선)’보다 더 큰 38~40만DWT의 초대형 VLOC ‘발레막스’급의 건조를 의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당시 세계 철광석 무역량은 최고조에 이르렀고 철광석 해상운임도 역대 최고로 올랐다. 발레는 해상운임 부담을 줄이기 위해 호황을 누리던 해운업계까지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중국·한국 조선소에 35척을 발주했다. ‘차이나막스’로도 불리는 이 배들의 건조비용은 척당 1억달러를 넘을 정도였다.

이후 금융위기로 세계 무역도 급격히 침체됐지만 발레는 뚝심으로 초대형 벌크선 건조를 밀고나갔고, 위기 와중에 경쟁자들이 떨어져나가면서 세계 철광석시장을 쥐고흔들 정도의 입지를 굳혔다. 여기에 자가 선대의 확보로 철광석 생산·운송·판매의 모든 과정을 독점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 보하이조선에서 건조된 발레막스 ‘베르게 에베레스트(Berge Everest)’호가 중국 해운업계의 반발 속에서 처음으로 다롄항에 입항했다. 여기서 이 배는 철광석 35만t을 55시간만에 풀어놓으며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중국 철강업계는 철광석 운반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것이라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해운업계는 괴물같은 능력에 경악했다.


이에 중국 교통운수부는 중국의 항만시설이 초대형 벌크선을 안전하게 수용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면서 35만DWT를 넘는 벌크선과 45만DWT를 넘는 유조선의 중국 항만 입항을 금지했다. 여기에 지난해 12월 브라질 폰다 다 마데이라에서 STX조선이 건조한 ‘발레 베이징’호의 선체에 균열이 발생한 사건은 중국이 안전문제로 입항을 거부할 구실을 제공했다.


중국 선사들의 이익단체인 중국선주협회는 발레의 초대형 VLOC에 대해 “불공정경쟁과 독점을 통해 중국 본토는 물론 한국·일본·대만 해운업계의 이익을 해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결정으로 중국을 겨냥해 만든 발레의 초대형벌크선들은 이탈리아 등 다른 항만으로 떠도는 처지가 됐고, 곤란해진 발레는 공식적으로 해운사업에서 손을 떼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발레 측 관계자들은 이같은 결정에는 무엇보다도 중국 최대 선사 차이나코스코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웨이지아푸(魏家福) 코스코 회장은 중국선주협회 회장직도 겸임하고 있으며,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고위급 간부이기도 하다.


WSJ는 “발레막스를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는 앞으로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을 이끌 차기 지도부가 만만찮은 도전에 직면할 것임을 예고한다”면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중국이 경제성장을 이어가려면 국영기업을 민간에 넘기고 시장을 더욱 개방해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이 사건에서 드러나듯 국영기업과 시장규제자의 경계가 희미하고 자국시장 보호에 더 무게가 실려 있는 중국이기에 틀을 깨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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