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마니아 '탈 애플' 선언 잇따라...국내서도 삼성 커밍아웃 이어져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애플 엑소더스(exodus·탈출)'가 시작됐다. 스티브 잡스 사후 총체적인 위기에 처한 애플에 대한 실망감이 원인이다. 아이폰5가 혁신이 사라졌다는 평가를 받고 애플이 삼성전자와의 소송에서 품격을 상실한 모습도 염증을 부추겼다. 높은 충성도를 자랑하던 애플 마니아들조차 등을 돌리고 있다. 이는 아이폰 재구매 의사 감소와 시장 점유율 감소라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마니아들의 탈 애플 선언이 잇따르면서 공고했던 애플성(城)이 흔들리고 있다.
10대 때부터 애플 제품을 사용해온 영국 보도채널 스카이뉴스의 경제 편집자 에드 콘웨이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보낸 공개 편지에서 애플을 통렬히 비판했다. 그는 "아이폰5의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은 모두 쓰레기"라며 "앞으로 애플 로고가 찍힌 것을 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갈했다. 콘웨이의 비판은 혁신의 상징이었던 애플이 평범한 기업으로 전락했다는 실망감에 따른 결과다.
미국의 저명한 경영 이론 전문가인 비벡 와드화도 애플을 비판했다. 그는 삼성-애플 미국 소송 배심원 평결이 나온 직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칼럼에서 "나는 애플의 광적인 팬"이라며 "애플이 승리하면 거대 IT 기업들이 계속 소송에 휘말리고 특허 전쟁이 빗발치며 혁신은 짓밟힐 것"이라고 비난했다.
스티브 잡스 사후 아이폰5의 혁신 부족, iOS6 잡음,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피로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아이폰 사용자의 이탈은 가시화되고 있다. 애플이 기존 사용자의 높은 충성도를 바탕으로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점유율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때 뼈 아픈 현상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아이폰 사용자 충성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유럽 지역 아이폰 사용자들 중 재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은 지난해 88%에서 올해 75%로 감소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등장한 이후로 가장 낮은 수준이다. 미국 소비자들 중 아이폰을 재구매하겠다고 밝힌 사람도 지난해 93%에서 올해 88%로 줄었다.
국내에서도 애플을 겨냥한 비난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애플 한국 홈페이지는 '아이폰 성토장'으로 변했다. 아이폰을 iOS6로 업그레이드한 뒤 와이파이 수신 감도 저하, 블루투스 연결 불안정, 버벅거림과 팟캐스트 튕김, 핫스팟 작동 이상 등이 발생했다는 불만의 목소리들이 잇따른다. 애플 마니아들의 카페인 '아사모(아이폰&아이패드 사용자 모임)'도 iOS6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발언들이 일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 점유율도 급감하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애플 점유율은 약 10%를 유지해왔지만 올해는 1~10월까지 2%대에 머물렀다. 아이폰을 찾는 소비자들이 급감했을 뿐만 아니라 기존 애플 마니아들이 삼성전자로 돌아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 마니아들의 이탈은 사용자 충성도가 높은 애플로서는 뼈 아픈 현상"이라며 "혁신의 아이콘으로 대변되던 애플이 본연의 색깔을 잃어가면서 애플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