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메디앙스, 실적 따로 주가 따로
[아시아경제 정재우 기자] 아기용품 브랜드 ‘누크’를 보유한 보령메디앙스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표 정책 테마주로 불린다. 이 회사는 박 후보가 보육정책을 강조하면서 작년 초부터 아가방컴퍼니와 함께 본격적인 상승 바람을 탔다.
최근 매출액이 꾸준히 1600억∼1800억원대를 유지하고 있고, 매출 대부분이 유아용품 관련 상품에서 발생하는 등 실제 정책 수혜주로서의 모습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실적과 무관하게 급등락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평가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보령메디앙스는 지난 한 해 동안에만 주가가 428% 이상 급등하며 2만8385원(장중 기준)까지 올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1997년 상장 후 한차례도 1만원을 넘지 못했던 주가가 2만원을 훌쩍 넘어 연일 사상최고가를 갈아 치운 것이다.
하지만 이 기간 실적은 여느 해만 못했다. 2002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내, 2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 전해 영업이익이 11억8000만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전년도 벌었던 돈의 두 배를 까먹은 셈이다.
작년 급등세를 보인 주가는 올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해 새로이 주목 받은 테마주들이 급등세를 보이는 동안에도 지난해 이미 너무 많이 오른 탓인지 상대적으로 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 들어 5일까지 작년 말 대비 45% 이상 떨어졌고, 지난 10월 한 달 동안에만 23% 넘게 하락했다.
문제는 작년 부진했던 실적이 올해는 흑자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상반기 작년과 비슷한 매출액을 기록하면서 영업이익이 이미 16억원을 훌쩍 넘었다. 작년 상반기까지 16억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적자에도 급등하던 주가가 흑자로 돌아서니 떨어지는 형국이다.
시가총액도 당연히 롤러코스터를 탔다. 테마주 열풍이 시작되기 전인 2010년 12월 초까지만 해도 보령메디앙스의 시가총액은 230억∼240억원 수준을 오갔지만, 반년을 조금 넘긴 작년 7월 말 2600억원을 넘어섰다. 8개월 만에 시총이 10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현재 시총은 1230억원 수준으로 최고치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이 또한 테마주 열풍이 불기 전인 2010년 시총보다는 5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정재우 기자 jjw@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