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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40년간 '이기는 고객'에 베팅, 이젠 '패배한 고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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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회복위원회 이종휘 위원장

경쟁에서 낙오한 그들, 기회 열어주는 임무
임직원 상당수 전직 은행원 출신, 업무 만족도 높아
신복위는 결과적으로 없어지는 게 좋은 사회


[아시아초대석]40년간 '이기는 고객'에 베팅, 이젠 '패배한 고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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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아시아경제 이의철 부국장겸 금융부장] "경쟁에서 낙오한 분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이죠. 이를테면 패자부활전(敗者復活戰)을 돕는 일이라고 할까요? "


이종휘 신용회복위원회 위원장은 자신과 조직이 하는 일을 이렇게 비유했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한번 낙오돼 금융약자가 된 채무자들에게 재기할 기회를 주는 게 신복위의 주된 업무니, 마춤한 설명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4월 신복위의 5대 위원장으로 취임했다. 최근의 금융계 이슈가 '가계부채'와 '서민금융'임을 감안하더라도 이 위원장의 하루는 눈코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럼에도 '머리는 맑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어보이는 이 위원장이다. 최근 신복위 창립 10주년을 맞아 대외업무까지 챙겨야 하는 이 위원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마주앉았다.


"오랫동안 은행에서 '자본시장'의 경쟁을 이겨낸 고객들을 상대로 한 일을 하다가, 이제는 180도 방향을 틀어 그 경쟁에서 탈락한 분들을 위한 일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자부심도 커지고 머리도 아주 맑아졌습니다." 이 위원장은 뱅커 출신이다. 40년을 뱅커로 일하다가 지난해 4월 우리은행장을 마지막으로 은행을 나왔다.


"은행에 있을 때는 저신용하면 일단 관심 밖이잖아요. 은행은 우량고객을 찾아내고, 소위 이익을 내야하는 조직이니까. 하지만 이 곳은 정반대입니다. 우량고객은 볼 필요 없고 은행이 기피하는 저신용자들을 찾아 구제하는 곳입니다. 전혀 다른 쪽을 바라보고 있지만, 돈을 버는 것과는 또 다른 보람이 있습니다. 저신용자들에게 이 자리를 통해서나마 빚을 갚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많아요. 일종의 재능기부도 되지 않겠습니까." 신용회복위 업무를 설명하는 내내 그의 표정이 밝다.


그는 특히 조직원들의 업무 태도와 대응 능력에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다들 마음으로 일하고, 최선을 다해 금융 소외층을 돕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고급 간부급의 상당수는 지난 외환위기 당시 퇴직하게 된 은행 직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다들 과거 일하던 은행 대비 복지나 급여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죠. 하지만 어려운 사람들을 상대하고 있는 조직이라는 마음가짐으로 각자 검소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로열티가 높아 업무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이직율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채무조정이 필요한 상황이 되기까지 각자 가진 구구절절한 사연들을 신복위 직원들은 빠짐없이 다 들어준다. 1인당 상담시간이 평균적으로 20분을 넘길 정도다. 이 위원장의 표현대로라면 직원들 모두는 '정말 가슴이 따듯한 사람들'이다.


수장과 임직원들의 적극적인 태도와 책임의식 때문인지, 신복위가 담당하는 업무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신복위의 기능은 크게 ▲채무상담과 채무조정 ▲신용회복 지원 ▲취업알선 ▲신용관리 교육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올해부터는 고금리를 쓰고있는 대학생들에게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해주는 보증업무를 추가로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금융회사 법인카드 포인트를 재원으로 후순위채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관련 피해자들을 돕는 '새희망힐링펀드' 관련 업무도 맡았다. 그는 "신복위 조직과 업무 종류, 업무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신복위 업무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필요없어지는 사회가 좋은사회"라며 웃어보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신용회복 지원 과정에서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에 대해서는 "제도의 악용은 없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그는 "서류점검과 회계사, 변호사, 대학교수, 금융회사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본사 심의위원회의 심의 등을 거쳐 까다롭게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면서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제도자체가 무력화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아쉬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의 개인회생 또는 파산제도를 이용해 채무 상환 의무를 피하고자 하는 경우엔, 신복위가 개입할 여지가 없어 '도덕적 해이' 문제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복위가 주장하고 있는 것이 '사전상담제도'다.


이 위원장은 이에 대해 "법원에 개인회생 또는 파산 신청을 하기 전에 당사자가 신복위에서 사전상담을 받도록 하는 제도"라면서 "신복위가 작성한 상담보고서를 법원에 제출해 판사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도록 한다는 게 제도 도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제도상 신복위가 채무재조정을 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벽을 허무는 것이다.


그는 "대부업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중소형 대부업체의 채권은 '제외채권'으로 분류된다"면서 "이들은 연체이자 또는 원금 탕감의 가능성이 있는 채무조정에 소극적이어서, 불법 추심 등의 사각지대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그밖에 한국장학재단이나 보증보험 등은 신용회복위원회와 지원회복 협약을 맺지 않아, 해당 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 채무조정을 할 수 없다"고 아쉬워 했다.


줄곧 웃으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그는 '서민금융의 역할'에 대한 얘기를 끄집어 내며 표정이 굳었다.


그는 "일부 저축은행과 지역 조합 등이 서민금융이라는 설립목적을 저버리고 은행에서나 해야 할 업무를 해왔다"면서 "지금이라도 본연의 자리에 돌아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빈 곳을 채워주기 위한 정부차원의 정책의 필요하다"면서 "대표적 서민금융 아이콘인 '미소금융'과 유사한 방식으로 더 발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 즈음, 이 위원장은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는 말을 다시 꺼냈다.


"소위 '루저'가 재기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건강한 사회입니다.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게 큰 보람입니다."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진심이 묻어난다.




정리=김현정기자 alphag@ 사진=최우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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