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지난 31일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1부는 유령업체를 만들어 용역을 주고 회사에 손해를 입힌 혐의로 LG전자 직원 두명을 구속기소했다.
해당 직원들은 각각 부인 명의로 유령 업체를 만든 뒤 이곳에 용역을 의뢰하는 수법으로 돈을 챙겨왔다. 소프트웨어를 산 뒤 구입처에서 대금의 70%를 돌려받기도 했다. 수년간 이어진 횡령으로 7억원 정도를 챙겼다.
회사 감사에서 이 같은 사실이 적발되자 이들은 에어컨 핵심 기술이 담긴 자료를 빼돌린 뒤 돈을 주지 않을 경우 신기술 유출은 물론 회사의 비리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이들이 요구한 돈은 29억원에 달했다.
결국 이들 일당이 잡히며 일단락 됐지만 뒷맛은 씁쓸하기 그지없다. 단 두명의 직원이 일으킨 일 치고는 회사에 끼친 손해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윤리경영, 준법경영은 이제 기업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경영활동으로 자리잡고 있다. 오너를 비롯해 임직원이 관행이라며 법을 지키지 않을 경우 회사가 뿌리째 흔들린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로 성장하며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은 조직 전체의 경쟁력과 기강을 유지하는데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LG전자도 정도경영을 통해 윤리경영 강화에 힘쓰고 있었지만 임직원의 횡령을 막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자신들의 횡령사실이 적발되자 회사 비리사실 폭로를 미끼로 회사에 협박까지 했다. 대기업 직원이 협박을 일삼는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었던 것이다.
최근 유독 윤리경영과 준법경영을 외치고 있는 회사들이 많다.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 2011년 준법경영실을 신설한 뒤 260여명의 전담인력을 두고 준법경영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사평가 항목으로 준법경영지수를 신설하기도 했다. 현대차,SK, 포스코 등도 준법경영의 실패는 경영실패라고 얘기할 정도로 강조하고 있다.
기업들이 열심히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임직원 비리 사건이 수시로 터지는 것을 보면 아직 구호에 지나지 않았냐는 생각도 든다. 개개인의 잘못으로 끝난다면 모르겠지만 모든 손해는 회사가 떠맡는다. 단순히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윤리경영이 아닌 기업 총수, 경영진, 임원, 직원들의 의식 자체가 법을 준수하고 윤리규범을 지킬 수 있도록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명진규 기자 ae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