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의 최고 지도자를 시민들의 직선제로 선출하자고 촉구했다.
EU 시민의 관심을 높이고 통합을 강화하기 위해 집행위원장이나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 EU 최고위 지도자를 직접 뽑자고 제안한 것이지만 영국 야당권은 토니 블레어 전 총리가 EU의 직선제 최고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야망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 보도에 따르면, 블레어 전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니콜라스 베르그루엔 지배연구소에서 한 강연에서 EU가 채무위기 등으로 실추된 대중과 시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현재의 위기에서 지속가능한 유럽 통합의 모델을 성취할 기회가 생긴다”면서 “의장을 뽑은 EU 전역의 선거가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낼 가장 직접적인 방법”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 사람이 갖는 중요한 자리에 대한 선거를 사람들은 이해할 것”이라면서 “유럽의회는 분명히 민주적으로 선출됐지만 사람들이 그들이 뽑은 의원들과 가깝다고 느끼지 못하다는 것이 내가 경험상 유럽의회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블레어는 유럽시민들이 자신들을 관장하는 사람에게 직접 말을 하지 않는다면 소외감을 느낄 것이라고 강조하고 회원국간 반목으로 유로존은 다양한 수준의 통합을 수용하는 정치체제가 되기보다는 정치와 경제면에서 근본적으로 분리될 위험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의 수장인 집행위원장은 임기 5년으로 회원국 대표들로 구성된 이사회가 후보 지명을 하면 유럽의회 단순과반(출석의원 과반)의 승인을 얻어 선임된다. 상임의장도 임기 2년6개 월로 같은 방식의 간선제로 선출된다.
당초 정상회의 의장은 회원국별로 6개월씩 순번제로 맡아왔으나 개정된 EU 헌법인 리스본조약에 따라 상임의장직이 도입됐다.
지난 2008년 초대 상임의장 선출을 앞두고 블레어는 상임의장을 맡을 용의가 있음을 인터뷰 등을 통해 적극 시사하고 비밀리에 측근들을 각국 지도자들에게 보내 출마 로비를 시도했다.
그러나 그와 갈등을 빚은 후임자인 고든 브라운 전 총리가 지지를 철회한데다 독일과 프랑스 등의 영국 견제로 무산됐다. 벨기에 총리 출신인 헤르만 반 롬푀이가 2009년 1월 초대 상임의장이 됐으며.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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