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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제로' 부르는 나홀로 산업, 경쟁체제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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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제로' 부르는 나홀로 산업, 경쟁체제를 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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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산업 구조개편안 8년째 표류중
OECD 3개국만 경쟁체제 도입 안돼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늦더위에 이상고온까지 겹친 지난해 9월 15일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서고 공장이 멎는가 하면 병원에서는 응급 환자의 수술을 중단할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나라 전체가 암흑에 빠질 수 있는 블랙아웃 직전까지 갔다.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어정쩡한 현재의 전력산업 구조도 한 몫 했다. 정부는 1999년 전력산업 구조 개편에 나섰다. 독점 전력회사인 한전의 분할 및 민영화가 주요 내용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2001년 4월 한전의 발전 부문을 6개 회사로 나누고 전력거래소를 설치하는 1단계 구조 개편이 단행됐다. 이때 동서발전, 중부발전 등 6개사가 한전 자회사 형태로 출범하며 민영화의 닻을 올렸다.

전력산업 구조개편은 그러나 오래지 않아 암초에 부딪혔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노사정위원회 공공부문구조 개편특별위원회는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기대 이익에 비해 위험이 크다고 결론짓고 전력산업 구조 개편 중단을 요구했다. 이후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금까지 한전 자회사 중 민간에 매각된 곳은 한 곳도 없다. 배전 부문도 지역별로 분할한 뒤 민영화할 방침이었으나 흐지부지돼 버렸다.


원안대로라면 발전 자회사 간 경쟁 체제와 함께 한전 판매 부문도 분할해 독립 회사가 만들어지고 복수 사업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발전 자회사들만 100% 한전 자회사로 나누고, 판매와 송배전 분야 가운데 어느것 하나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았다. 지금의 한국 전력산업 구조는 개편을 추진하다 도중에 멈춰버린 꼴이다. 국내 전력산업의 시계(視界)는 아직도 2004년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때문에 발전자회사들의 형식적 독립과 더불어 판매ㆍ송전 부문에 경쟁체제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민영화를 목표로 계획을 수립한 뒤 이후 추진을 중단함으로써 기형적 형태를 띠고 있는 것이다.


'전력 제로' 부르는 나홀로 산업, 경쟁체제를 켜라

2004년 노사정위원회에서 구조개편 중단을 결정한 이후 수많은 대안이 제시됐지만 실질적인 조치는 아직까지 없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가 전력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골자로 한 '전력산업구조 발전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노조들의 반대로 유야무야 돼 버렸다. 그 당시 정부가 제시했던 '발전부문의 경쟁 강화'와 '판매부문의 경쟁 도입'은 언제 시행될 지 아직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 선진국 전력산업 개편은 =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국내 전력산업과 반대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미 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거나 착실히 추진하고 있다. 구조개편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난 대표적 나라는 미국이다. 구조개편 진행 이후에 경쟁이 활성화 돼 전기요금은 최근 10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낮아졌다. 최근에는 민간사업자들이 셰일가스 개발과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 도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어 전기요금이 더욱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가장 먼저 구조개편을 시작한 영국은 소비자가 자유롭게 판매회사를 선택할 수 있어 요금절감 효과가 크다. 영국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요금절감 효과가 있다고 응답한 소비자가 66%에 달할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프랑스에서는 미국이나 영국 등과 달리 시장 자유화가 뒤늦게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한전과 유사한 독점 공기업이 존재하고, 시장 자유화의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프랑스도 유럽연합(EU) 정책에 따라 경쟁부문과 비경쟁부문을 분리하고, 시장 개방 및 구조개편을 차근차근 추진중에 있다.


'전력 제로' 부르는 나홀로 산업, 경쟁체제를 켜라

일본 또한 지역별로 우리나라의 한전과 같은 독점기업이 운영하는 방식을 고집해 왔다. 하지만 일본도 전세계적인 추세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공기업 체제에서 비롯되는 고질적인 비효율성 뿐만 아니라 후쿠시마 사태 이후 전력수급 악화 등 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달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전력 독점 체제를 전면 개방하고 민간 참여를 활성화하는 정책을 전격 발표했다.


인천대 손양훈 교수는 "이제 전 세계적인 발전 흐름에 역행하는 나라는 한국만 남았다"며 "국내 전력산업이 이대로 정체되거나 후퇴할 경우 우물안 개구리 신세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전력산업의 발전 방향은 =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전력산업 구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경직적인 전기요금 체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전력수급이나 한전 적자, 민간발전 수익제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기요금 현실화가 불가피하며, 현재처럼 정부가 규제하는 방식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심의하는 전기위원회의 독립성 강화, 정부가 제시한 연료비 연동제, 전압별 요금제 등 요금체계 개선 등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 할 상황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국내 전력산업의 독점 구조가 깨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한전에서 전기를 만들고(발전), 보내고(송배전), 판매하는 구조다. 발전 부문에선 6개 발전사가 경쟁적으로 생산하고 있지만, 소위 한전의 자회사라 실질적인 경쟁체제로 보긴 어렵다. 물론 민간 발전사가 전력 생산에 참여하고 있지만 미미한 수준이다.


특히 한전이 독점하고 있는 판매 부문의 경쟁 체제 도입이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전력 판매부분에서 경쟁이 도입되지 않은 국가는 우리나라와 멕시코, 이스라엘 세 나라가 유일하다. 영국의 경우 6개의 판매 회사들이 경쟁을 하면서 온라인요금제, 녹색요금제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소비자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실질적인 요금 인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민간발전협회 관계자는 "과거에 국가가 독점 체제로 운영하던 통신과 석유 부문도 초기에는 민간에 시장을 개방하는 것에 우려가 많았다"며 "단계적으로 구조개편을 진행해서 민간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 전력산업의 고질적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웃 일본의 사례는...
10년간의 시행착오 완전경쟁 체제 도입


일본은 그 동안 우리나라와 더불어 선진국 중에서 전력산업 자유화가 가장 더딘 국가 중의 하나로 손꼽혔다. 이런 일본이 전력 소매 판매를 자유화하는 등 가정용 전기 공급시장을 전면 개편한다. 지금은 10개의 지역 전력 독점 공급자가 발전소와 결탁해 가정에 전력을 공급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신규 공급자의 진출을 허가해 경쟁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소비자가 전기 발전소와 직거래를 통해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한다. 그동안 지역 독점 전력 공급자에게만 의존했던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시장에 경쟁을 유발하고 자연스레 전기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일본의 이같은 결정이 나오기까지는 10여년의 세월이 걸렸다. 2000년대 초부터 전력업계와 정부는 시장에 전면 자유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결국 공장과 대규모 빌딩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시장에만 자유화를 도입하기로 하고 가정용 전력은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기로 절충안을 끌어냈다. 정부로서는 전력시장에 일부 자유화가 도입돼 구색이 맞춰졌고, 전력업계 또한 전체 시장의 40%를 차지하는 가정용 전력 공급을 지켜낼 수 있는 등 서로의 이해가 맞아 떨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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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도쿄전력이 가정용 전기료를 10% 정도 인상한다고 밝히자 가만히 앉아서 전기료 인상을 지켜볼 수 밖에 없던 일반 소비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결국 강경 입장을 고수하던 일본 전력업계가 소비세 인상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정치권에 양보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로써 전력 발전소와 지역 독점 공급사의 유착 고리도 끊기게 됐다. 소비자는 전력 공급자를 거치지 않고 발전사와 직거래를 할 수 있어 전기료 거품을 걷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또한 현행 10개의 전력 공급사가 독점하고 있던 시장에 새로운 사업자가 등장해 경쟁이 촉발, 전기료도 자연스레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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