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익어가는 가을보다 더 노랗게 물든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서초등학교 앞. 17일 오전 박원순 서울시장이 일행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 도서관과 카페가 있는 '소금길 나루'가 박 시장 일행을 먼저 맞았다. 초등학교 앞 염산교회를 끼고 오른쪽으로 돌면 노란색으로 칠한 대문이 나타난다. '지킴이집'이라는 노란 글씨가 뚜렷하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비상벨과 IP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좁고 어둡고 무서웠던 서울의 염리동 골목길이 디자인 작업으로 완전 탈바꿈됐다.
17일 방문한 염리동 골목길은 디자인 작업을 통해 1.7㎞ 이르는 산책길로 변했다. '소금길'이라는 이름으로 두 개 코스로 나눠져 있다. 걷는 중간 중간 운동코스가 나타난다. '예쁜 종아리 만들기'를 지나면 '각선미 만들기'를 만난다. 조금 걷다보면 '군살없는 복부 만들기' '튼튼한 허리만들기' 등 1.7㎞ 걸쳐 총 12개 운동코스가 마련돼 있다. 노란색 선으로 만들어져 있는 사각형의 '바닥 놀이터'도 눈길을 끌었다.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이다. 골목길 바닥과 담장은 주민들의 공동참여로 다양한 색깔의 디자인으로 산뜻하게 변했다.
박원순 시장이 염리동 '소금길'을 방문한 것은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의 적용 사례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다. 최근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프로젝트를 본격화하고 있다.
걷기도 무서웠던 서울의 골목길이 디자인 작업으로 완전 탈바꿈됐다. 서울시는 17일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실제 사례를 소개해 관심을 모았다. 최근 강력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가운데 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하는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민보호치안강화구역으로 지정돼 있는 서울 마포구 염리동. 좁은 골목길엔 CCTV 하나 보이지 않았다. 조명은 어둡고 침침했다. 과거 마포나루를 거점으로 하는 소금창고가 많아 인심이 후한 동네로 유명했다.
최근 개발이 지연되면서 원주민 비율이 급격히 줄었다. 세입자와 외국인 노동자들이 급속히 유입돼 주민 사이에 갈등이 많아졌다. 여성거주자 비율이 상당히 높다. 밤이면 상점도 거의 문을 닫아 무슨 일이 일어나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
서울시가 이런 염리동에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염리동을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 시범 사업지로 선정, 범죄예방디자인(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을 적용했다. 범죄 예방 디자인으로 탈바꿈한 염리동의 모습은 확연히 달라졌다.
좁고 어둡고 두려웠던 골목길은 1.7km에 이르는 아늑한 '소금길'로 변신했다. 운동과 커뮤니키 공간으로 바뀌었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눈에 띄는 노란색 대문을 칠한 '소금지킴이집' 6가구도 곳곳에 배치돼 있다. 지킴이집에는 비상벨과 IP 카메라가 설치돼 안전을 도모한다.
서울시는 ▲범죄심리학자 ▲CPTED 분야 전문가 ▲경찰청 관계자 ▲아동청소년 전문가 ▲행동심리학자 ▲커뮤니티디자인 및 서비스디자이너 등 총 10인의 '범죄예방디자인위원회'를 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영국과 호주의 범죄예방디자인 기관 대표 등 4명과 함께 17일 마포구 염리동 현장 공개 행사를 갖고 "디자인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각종 사회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서울시 디자인'의 첫 번째 사업이다. 시는 앞으로 다양한 사회문제와 디자인을 접목한 정책을 통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전환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염리동 사례는 저소득층이 밀집한 기존 시가지에 CPTED 기법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한편 염리동 '소금길'과 함께 시범학교로 지정된 강서구 공진중학교의 사례도 발표됐다.
서울시는 범죄 예방 디자인 프로젝트를 통해 각종 범죄에 대한 발생률을 낮추고 이로 인해 연간 20조 원의 사회적비용을 대폭 절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내년에는 올해 시범사업지 두 곳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관으로 평가, 보완하고 지역 1곳과 공원 3곳에 대한 시범사업을 추가로 실시하기로 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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