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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선택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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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선택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굴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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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서영이> 9-10회 KBS2 토-일 저녁 7시 55분
가난한 집안의 여자가 부잣집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 둘은 남자 측의 반대에 부딪히나 결국 결혼에 성공한다. 돈이 없어 밥을 굶는 데 익숙한 서영(이보영)과 그에게 때마다 밥을 챙겨 먹이려 하는 우재(이상윤)는 너무나도 다른 세계에 속해 있으며,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정서적 결핍을 채워주는 상대에게 자연스레 끌린다는 설정 역시 낯설지 않다. 하지만 드라마는 둘의 결합을 방해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우재의 아버지(최정우)는 우재가 회사 일을 이어받겠다는 조건에 결혼을 승낙하며, 강하게 반대하던 어머니(김혜옥)도 아들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해야 한다는 사실을 수긍한다.


대신 <내 딸 서영이>는 서영이 겪는 내면의 갈등을 공들여 관찰한다. 서영은 가난에 대한 자격지심, 근본적으로는 누추하게 살아가는 아버지 삼재(천호진)에 대한 부끄러움 때문에 결혼을 지연시켰다. 끝내 아버지의 존재를 숨기고 우재를 택하기까지 그는 수많은 고뇌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건 자식의 결혼을 쥐고 흔드는 우재의 부모와 어떠한 의견 개진도 불가능한 삼재의 대비다. 당연하게 여겨지는 부모의 자격이 가난 앞에서는 무의미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불어 남매임에도 “그래도 아버지니까”라 말하는 상우(박해진)와 “내가 선택한 게 아닌데”라고 절규하는 서영의 대립은 가족이라는 공동체에 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함께 던져 놓는다. 유학 간다는 거짓말을 하고 결혼한 서영의 식장에 삼재가 우연히 참석하게 됐듯, 앞으로도 서영은 아버지의 그림자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그 속에서 <내 딸 서영이>는 ‘가족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의 끈을 끝까지 붙잡을 수 있을까. 통속극의 다음 회가 기대되는 것, 참으로 오래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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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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