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14일 "원화 강세로 내년에 경기침체가 심화될까 걱정"이라면서 "경제가 어려운 때라 누가 정권을 잡든 악역을 맡을 매파 재정부 장관을 써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도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 확실한 방향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 시장은 행정고시 16회로 재무부에 입성해 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원로다. 한화증권 사장, 한화손해보험 부회장을 지냈고 3년 동안 한국투자공사(KIC)를 이끌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행사 참석을 위해 일본을 찾은 진 사장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이 발권력에 기대 경기를 지탱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면서 "(내외 금리차 때문에)외화가 쏟아져들어오면 원화 값이 올라 내년부터 사정이 아주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진 사장은 "내년 경제 상황을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지만 정책수단 가운데 환율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면서 경기가 바닥인데도 엔화 강세로 고전 중인 일본의 상황을 환기했다. 진 사장은 그러면서 "내년은 당파나 당색을 떠나 경제 상황을 통렬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면서 "재정부 장관으로는 몸 사리면서 쉽게 넘어가려는 사람 말고 꼭 매파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은이 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야할 때라는 조언도 있었다. 진 사장은 "금리를 좀 빨리 빨리 내려야 한다"면서 "통화정책에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투기자금 유입을 막아야 한다는 의미다. 요사이 주요국은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 상태다. 국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가 붙으면 금리차를 노리고 들어오는 투기자금의 유입이 준다. 원화강세를 제어하는 요인이다.
진 사장은 한편 현대중공업과 대한항공이 각축을 벌이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전은 결론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산은금융지주 기업공개(IPO)역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려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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