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개통 43년을 넘긴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움직임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도로공사가 기존 도로에서 통행료를 '과다징수'해 신설도로에 투입하는 이른바 '통합채산제'를 불법적으로 운용한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9일 국회 국토해양위 문병호 의원(민주통합당)은 한국도로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전국 18개 신설 고속도로가 국토부 승인 없이 무단으로 통합채산제에 포함됐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통합채산제란 전국의 모든 고속도로를 하나로 보고 통행료 징수한도와 기간을 넘긴 도로에서 통행료를 더 걷어 신설 고속도로의 건설비를 보전하고 통행료를 낮추는 제도다.
유료도로법(제 18조)은 도로공사가 신설된 고속도로를 통합채산제에 포함시키려면 국토부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은 고속도로 건설 남발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2009년 5월 개통된 '서천~공주 간' 고속도로의 경우 본래 8600원이었어야 할 1회 통행료가 통합채산제 덕에 3300원으로 낮게 책정됐다.
도로공사는 이 도로를 포함해 2007년 이후 개통된 전국 18개 고속도로를 정부 승인을 받지 않고 통합채산제로 운영해왔다. 2007년은 도로공사가 그 당시까지 개통된 고속도로를 대상으로 통합채산제 운영을 마지막으로 승인받은 시점이다.
신설 도로의 통행료 인하를 위한 재원은 기존 고속도로에서 충당됐다. 유로도로법 상 통행료 징수총액은 투입된 총 사업비를 넘지 못하고 징수기간은 30년을 초과할 수 없다.
문 의원이 국감에 앞서 지난 8월 집계한 자료를 보면 통행료 징수기간이 30년을 넘긴 전국 8개 고속도로에서 도로공사가 지난 3년 간 걷은 '초과' 징수액은 3조1475억 여원에 달한다.
이 중 경인과 경부고속도로 등 4개 도로는 징수기간 초과는 물론 총 사업비 한도를 넘겨 통행료가 징수됐다. 이렇게 초과징수된 자금들이 신설도로에 쓰였다.
통합채산제 자체의 타당성에 문제가 제기돼온 상황에서 이 제도를 불법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드러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에선 이번 국감으로 그동안 진행돼온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 움직임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국감과 별도로 문 의원은 지난 8월 통합채산제 악용을 원천 차단하는 내용을 담은 유료도로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인천시 관계자는 "쉽진 않겠지만 불법적 사실이 드러난 만큼 이번 기회에 어떤 형태로든 통합채산제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방안이 제시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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