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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굿바이 잡스 1주기' 기로에 선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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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굿바이 잡스 1주기' 기로에 선 애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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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다빈치, 디지털 혁신가, 감성의 연설가, IT 독재자, 괴팍한 창조자.


숱한 호칭에도 그를 대신할 수 있는 이름은 오직 하나, 스티브 잡스. 1년 전 그가 홀연히 세상을 떠나자 지구촌은 깊은 충격에 휩싸였다. 2004년부터 췌장암을 앓다가 56세 나이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해 10월5일(현지시간). 트위터로, 페이스북으로 애도의 물결이 넘쳐났다.

'아이세드(iSadㆍ슬픔)'.


아이맥,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를 창조해낸 그에 대한 각별한 추모였다. 또 다른 팬들은 '아이헤븐(iHeaven)'이라고 애도했다. 천국에서 행복하기를 기원하면서.

아이세드 1주기를 맞아 잡스 열기가 다시 들끓고 있다. 서점가는 잡스 책들로 넘쳐나고, 그의 삶을 스크린에 담은 '스티브 잡스:미래를 읽는 천재'가 조만간 개봉된다. 캐나다에서는 잡스를 주인공으로 한 슈퍼히어로 만화책이 출간됐다.


미혼모 아들로 태어나 잡스가에 입양, 1학기만에 대학 자퇴, 인도 방랑길, 애플컴퓨터 신화, 실적 악화로 애플에서 퇴진, 개선장군처럼 다시 복귀, 그리고 아이시리즈(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등)로 대박. 잡스는 이 극적인 삶에 대해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그럼 당신은 정말로 잃을 게 없다"고 외쳤다.


잃을 게 없으니 두려울 것도 없다는 신념이었다. 수많은 신봉자들이 생겨났고 ‘잡스교’는 굳건해졌다. '세기의 소송'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의 특허전에서도 신도들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주가도 1년 새 75% 뛰면서 시가총액은 3544억달러에서 6199억2000만달러(약 690조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잡스의 유작인 아이폰5도 판매 신기록을 예약해놨다.


무엇하나 아쉬울 게 없어 보이는 잡스 1주기. 그렇다면 아이헤븐처럼 그는 하늘에서 웃고 있을까. 냉철히 따지면 애플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다.


애플컴퓨터로 성장했던 애플이 IBM-MS 연합전선에 밀렸듯이 지금은 삼성-구글 진영의 견제가 만만찮다. 아이폰5가 잘 팔리기는 하지만 '혁신은 없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한바탕 휘몰아쳤던 지도 서비스 오류는 또 어떤가.


잡스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조 노세 칼럼니스트는 "애플이 아이폰처럼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한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애플에는 잡스가 없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잡스는 그 자체로 혁신이자 애플이었다. 혁신이 사라진 애플. 잡스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팀 쿡은 사업가이지 혁신가는 아니다. 잡스의 부재는 그래서 애플에 치명적이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교수는 저서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현실에 안주하기 위해 방어적으로 된다'고 일갈했다. 혁신의 DNA가 사라진 공룡 애플의 현주소다.


과거 애플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한차례 겪었다. 그때는 잡스가 있었지만 지금은 구세주가 없다. 남은 것은 그의 유언 뿐. "실패의 위험을 감수하는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다. 늘 갈망하고 우직하게 나아가라." 과연 애플이 잡스의 이 유언을 따를 수 있을까. 잡스를 그리워하는 추모의 물결 한켠에서 애플의 운명이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이정일 기자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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