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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순위채 금리 또 올랐다, 왜?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7초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올해 8월까지 시중은행이 발행한 후순위채 규모가 벌써 지난해 수준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금리는 지난달을 고비로 점차 오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투자자가 몰려 채권가격이 상승하면 금리가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4일 금융당국 및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초 후순위채 금리는 3.30%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외환은행이 발행한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가 그 주인공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이 후순위채에 몰려든 결과다. 하지만 같은 달 하나은행이 발행한 3000억원 후순위채 금리는 3.37%로 7bp 상승한데 이어 전북은행은 1000억원어치 후순위채를 3.41%에 발행했다. 지난달 28일 후순위채를 선보인 국민은행은 3.40%에 5000억원어치를 발행해 관심을 모았다. 한달도 안돼 10~11bp가 오른 것이다.

올해 후순위채 금리 추이를 보면 최근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다. 그동안 저금리 기조가 고스란히 채권에 반영됐지만 지난달부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3월 10년 만기 후순위채 5000억원을 4.60%에 발행했으며 하나은행과 농협은행도 같은 달 4.62%와 4.61%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후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하나은행은 지난 6월 4.07%에 5000억원을 발행한데 이어, 우리은행은 7월에 3000억원어치를 3.44%에 내놓은 바 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이 같은 금리 상승세와 관련해 채권 수요가 어느 정도 충족됐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리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는 의미하는데, 채권을 충분히 사들인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후순위채 수요가 줄어들면서 금리가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내년 새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 발효를 앞두고 후순위채 발행을 크게 늘린 것도 금리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앞섰다는 얘기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시중은행의 후순위채 누적 발행액은 6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액수인 6조원을 추월했다. 올해 9월까지 합칠 경우 7조원에 달할 정도로 발행 속도가 가파르다. 한국은행은 현 속도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10조원에 가까운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후순위채는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늘려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후순위채는 보완 자본을 늘리는 역할을 해 은행 건전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데, 내년부터 발행 비용이 높아질 경우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즉 바젤Ⅱ에서는 조건 없이 보완자본으로 인정을 받았으나 내년부터는 새로 선보이는 조건부자본에 대한 규제 요건을 갖춰야 보완자본이 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내 추가 인하할 경우 후순위채 금리가 다시 하향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수요자들이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릴 경우 후순위채 금리 역시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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