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와 서방경제제재 영향 분석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 이란 정부의 관리부실과 핵개발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로 이란 통화인 리알 가치가 연일 폭락하고 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리알화 가치는 4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자 이란 시민들이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이란-이라크 전쟁(1980∼1988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이란 리알은 지난 2일 이란 현지에서 한때 1달러당 3만9000리알까지 거래됐다. 이날 3만6100리알로 거래를 마친 리알-달러 환율은 지난 1일(3만5000리알)보다 더 뛴 것이다.
지난해 말 달러당 1만3000리알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올해 들어서만 8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특히 최근 일주일 사이에 40%가 하락했다.
NYT는 리알화 가치의 연이은 폭락은 서방의 제재와 이란 정부의 정책실패가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시장 환율보다 2% 싼 가격으로 달러를 공급하는 외환거래소가 문을 연 직후 리알화 가치가 급락을 거듭해 정부를 겨냥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사설 환전상들이 모여 영업을 하는 테헤란의 마누체리가 안팎에서 리알화 가치 폭락에 항의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벌어졌으며 환전상들은 단속하는 경찰과 충돌했다고 NYT는 전했다.
리알 폭락 항의시위는 그랜드 바자로 퍼져 상인들이 이날 가게 문을 닫고 수백명이 자발적인 시위에 가담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시민들은 “이란 정부는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억 달러를 쓰면서도 지금 달러가 없다고 말한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시위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전국으로 방송된 기자회견에서 리알 폭락이 투기꾼들에 의해 발생한 것임을 시사하면서 이란 국민들에게 리알을 팔지 말도록 촉구한 하루만에 일어났다.
그는 “환율조작 능력을 갖고 있는 22명이 곧 체포될 것이며 미국과 불특정 국내 동맹자들이 이란에 대한 심리전을 수행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란 당국은 외부 세력이 개입해 상인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이란 시민들의 시위를 외부 탓으로 돌리고 있으며 이란 의회도 리알 가치 하락이 환전상들 탓이라며 암시장 외환거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 거래의 일시 중단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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