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용료 부과 문제 높고 부처 갈등 깊어져
일부에선 지자체 세수확보 차원 시각도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국토해양부가 도로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해 전봇대(전주) 걸쳐있는 공중 통신선(공중선)에 점용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밀어부치자 관련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 지식경제부가 자체 정비 방안을 내놨다.
26일 방통위와 지경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최근 '도시미관 개선을 위한 공중 통신선 정비 혁신방안(초안)'을 만들어 관계 부처에 협의를 요청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실과 국토부가 신통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부처별 이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혁신방안은 ▲민원처리 시스템을 개선하고 ▲수요자 중심의 정비사업 운영 ▲불법 설치 통신선 단속ㆍ제재 강화 ▲통신선 전담조직 신설 ▲전선ㆍ통신사 지중화 지속 추진 등을 주 내용으로 한다.
서울에서만 해마다 2000~3000건의 민원이 발생하는데 앞으로는 방통위를 단일창구로 민원을 접수하고 한국전력과 이동통신사간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통신선 민원접수 번호로는 '1335'를 배정해놨다.
한전이 주관해 정비대상을 선정, 추진하는 '그린(Green) KEPCO' 사업에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해 '민관합동 조사단 운영', 지자체별 '공중선 정비 협의체 구성', '유관기관간 정비 협력 협약 체결' 등의 대안을 내놨다.
무단으로 통신선을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 개선을 통해 제재할 방침이다. 무단설치 사례가 5회 적발되면 한전 전신주 임대계약을 취소하는 등 패널티를 주고 시정명령과 과태료를 매길 방침이다.
방통위와 지경부가 협의해 '공중선 관리기준 및 지침'(가칭)을 마련해 공중선 관리 효율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또 방통위와 지경부 내에 통신선 관리 전담조직을 만들고 24시간 신고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방통위와 지경부가 이 같이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공중선 점용료가 부과될 경우 이용자 요금 부담 증가를 비롯해 공중선이 지나는 사유지 소유자로부터 연쇄소송을 당할 우려가 크다는 데 따른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중선 관리 개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수십 년 간 이어져 온 제도를 갑자기 바꾸면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 총리실과 국토부가 정규 법령 처리절차를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총리실의 반응은 격했다. 이창수 총리실 농수산국토정책국장은 "방통위와 지경부가 이제껏 본연의 업무를 제대로 않다가 이제와서 통신업계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며 "도시미관을 해치고 사고 위험 등으로 민원을 야기하는 공중선 문제는 점용료 부과 제도 도입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와 지경부가 마련한 자체정비 방안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 문제가 지방세 재정 악화에 따른 세수확보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동산 취득세 등 감세정책이 이어지면서 지방세 재정이 악화됐고 세수확보 차원에서 공중선 점용료 부과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는 것이다.
한편 총리실은 오는 28일 차관급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다시 협의할 예정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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