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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詩]황학주의 '벨기에의 흰 달' 중에서

시계아이콘00분 32초 소요

정거장마다/지붕 위에서 사라지는/달이 기다리고/어딜 가나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달에 가 있다//달이 물방울처럼 아름다운/브뤼셀은 가까워 오는가/정말 生에 가까운 것이 오려나//당신은 참 좋은 사람예요/갑자기 열차 창 쪽에서/선이 바스러진 달이/말한다/죄를 사용했던 사랑만을 가지고 있으니/내가 다시 태어나면/여자에게 그렇게 잘해주는/남자가 되고 싶어요//(......)//브뤼셀을 한 정거장/지나쳐버린 늦은 밤/우리에게 뜻밖에 되돌아갈 곳이 생겼다


황학주의
'벨기에의 흰 달' 중에서


■ 달이 물방울처럼 아름다운 브뤼셀. 갑자기 북유럽의 하늘 아래 있고 싶어진다. 정거장과 열차, 그리고 정거장 지붕 위의 달. 사랑하는 사람이 달을 보는 것은 서로를 똑바로 응시하기 힘겨운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브뤼셀에는 현실이 있다. '죄를 사용했던 사랑'은 세상이 금지하는 사랑이리라. 그래서 여자는 떠나지만 사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참 좋은 사람예요." 지금의 세상에선 그럴 수 없지만, 그와 헤어지기 힘겨운데 마침 한 정거장을 더 지나쳤다. 돌아갈 곳이 있어서 행복한 달빛 아래 벨기에. 작은 핑계에 기대어 이별을 한 정거장 뒤로 미룬 남녀의, 쓸쓸히 닿은 어깨 위로 든 흰 달.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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