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금래 장관 "나도 여자...몹시 고통스러웠다"
처벌 외치는 소리 이해는 가지만 그래도 해결책은 성범죄 예방 교육뿐
경력단절여성 취업연결에 주력
< 대담 = 이규성 사회문화부장 >
대형 성범죄 사건이 연이어 보도됐던 한 해였다. 경악스러운 사건이 밝혀질 때마다 정부의 대처 미흡이 도마에 올랐다. 주무부처 중 하나인 여성가족부에도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질타가 계속됐다. 김금래 여성가족부 장관은 먼저 '막막함'을 털어놨다. "수원 20대 여성 살인사건 현장에 찾아갔을 때 몹시 고통스럽고 힘들었다. 경남 통영 초등학생 성폭행 살인 사건 현장에서도 비슷한 막막함을 느꼈다.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범죄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맡는 부처다. 그러나 예방은 처벌보다 더 어렵다." 지난해 9월 17일 취임 이후 1년동안 긴 터널을 통과해 온 김금래 장관을 만나 여성가족부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봤다.
"머리로 일하는 곳에 있다가 가슴으로 일하는 부처에 온 것 같다. 정책적으로는 보람이 있지만 충분한 역할을 못 해서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 김 장관이 요약한 여성가족부에서의 1년이다. 김 장관은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여성가족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다가 2011년 9월 여성가족부 장관으로 왔다.
1년간 고비가 된 것은 계속 터져나온 성범죄였다. 특히 여성가족부의 역할인 성범죄 예방 대책은 쉽게 마련되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 장관은 "예방은 교육을 통해 의식을 바꿔야 하는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얘기가 근본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너무나 한가한 소리같아 당장 공감을 사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면서 처벌 일변도로 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다. 2010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09년 한 해 동안 성폭력 범죄 기소 중 재범자가 68%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해 성폭력 예방정책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단체 관계자와 연구자 등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성폭력 방지 대책 중 가장 중점을 둬야 할 분야로 응답자의 40%가 성폭력 예방정책을 지목했다.
김 장관은 한편으로 올해가 성범죄 예방 정책의 '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전국민이 모두 참여해야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 예방 정책이다. 올해 사건들을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정책 예산도 대폭 확보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0일 성폭력 종합 대책을 내놨다. 성범죄 형량을 높이고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상한선을 폐지하는 한편 올해 경기·충남·경북·전북 지역에서 시범 실시된 통합적 성인권 교육을 전국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현재 44개소인 '청소년 성문화센터'를 늘려 아동·청소년 대상 맞춤형 성교육과 찾아가는 서비스를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김 장관은 "성범죄를 예방하는 큰 틀은 '인권'에 대한 교육"이라며 "학교와 언론, 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과의 성범죄 예방 시스템 구축도 중요한 축이다. 김 장관은 "여성단체와 학부모단체와 연계해 지역연계망을 활성화해 (범죄에 취약한) 아동이나 어린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김 장관이 지난 1년간 가장 주력한 정책으로 꼽은 것은 여성의 일자리 확대였다. 대표적인 것은 경력단절여성의 재취업을 돕는 '새로일하기 센터(새일센터)'다. 새일센터는 올해 98곳에서 111곳으로 늘어났다. 새일센터를 통해 직업교육훈련을 받는 여성도 2000여명 증가해 9000명에 달한다. 김 장관 역시 "지금까지 일을 놓은 적이 없다"고 했다. 쉽지는 않았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 등 여성단체에서 일하는 시간 동안 수입은 전부 가사노동 도우미를 부르는 데 썼다.
"현실적으로 여성이 가사노동 부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통해 근무시간을 줄여야 (가사노동 문제가)해결된다. 지금 한국은 OECD 국가 중 근무시간이 제일 길고 생산성은 떨어진다." 김 장관은 "여전히 자녀 출산과 양육은 일차적으로 여성의 책임이며 여성 입장에서는 결혼하면 경쟁력이 떨어진다. 불공정 경쟁일 수 밖에 없다. 여성을 뒷받침해주는 정책이 실시돼야 양성평등이 이뤄진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여성 취업의 한 축에는 이주여성이 있다. 10년 사이 빠르게 다문화사회로 이행한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들의 제자리를 찾아주는 것은 여전히 남아 있는 과제다. 김 장관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다문화정책의의 주안점으로도 역시 일자리를 꼽았다. "어느 정도 언어를 습득한 이주여성들은 일자리를 원한다. 안정된 일자리로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 김 장관의 얘기다. 또한 "지금까지의 다문화정책이 이주여성들을 빨리 정착시키는 데 주력해왔다면 앞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다문화 수용성을 제고시키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김 장관은 "다른 정부부처는 업무에 따라 구분돼있는데 우리는 '대상' 자체가 업무"라고 말했다. 여성을 대상으로 여성의 문제는 무엇이든지 관심을 갖고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유독 타 부처와 중복되는 영역이 많다. 그만큼 정책을 진행하기 어렵다.
그러나 김 장관은 이를 동시에 여성가족부의 '강점'으로 바라봤다. "여성 일자리 찾기는 고용노동부가 맡는데 왜 하느냐고 한다. 그러나 5년, 10년씩 경력이 끊긴 여성들이 직업의식을 키워 복귀하기까지는 남성과 다른 섬세한 정책이 필요하다. 보육도 복지부가 맡고 있지만 일하는 여성들의 수요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틈새시장'이 있어 아이돌봄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 장관은 "여성의 입장에서 일한다는 특성을 살려 좀 더 정교한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요 약력>
▲1952년 생 ▲이화여대 사회학과, 숙명여대 정책대학원(행정학 석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사무총장 ▲한나라당 여성국장 ▲재단법인 서울여성 상임이사 ▲제18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중앙여성위원장 ▲국회 문화체육관광통신위원회 위원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여성가족부장관
정리 = 김수진 기자 sjkim@
사진 = 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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