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김낙회 제일기획 대표가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이란 시를 통해 직원들의 통찰력 제고에 나섰다.
14일 제일기획에 따르면 김 대표는 9월 최고경영자(CEO) 메시지로 '팔월의 지남'과 '구월의 만남'에 대한 심상을 끼적였다.
“팔월은 얼마나 뜨겁고 격렬했는지요. 그 폭염과 태풍을 견디고 바야흐로 구월이 되면 사람들은 기어이 여름을 이겨낸 자신들에게 스스로 대견스런 마음이 생기곤 하지요. 저도 한숨 돌린 기분입니다”
김 대표는 지난 여름을 뜨겁게 보냈다. 제일기획은 지난 여름 두 건의 M&A건을 성사시켰다. 7월말 미국 매키니사를 인수한데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아 중국 브라보사를 매입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성장거점 확보를 위해 숨가쁘게 뛴 셈이다.
김 대표는 이에 '팔월은 염천에 지쳐 거의 탈진할 뻔한, 전쟁같고 시장통 같았던 달'로 표현했다. 반면 구월을 맞으면서는 '미풍에 살아나, 산사에서 평화롭게 시를 읊는 듯한 느낌'이라고 답했다. 이어 안 시인의 시 한 구절로 직원들에게 못다한 말을 전했다.
“그대/ 사랑이란/ 어찌 우리 둘만의 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 구월 들판을 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 구월의 강가에 나가/ 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김 대표는 '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는 조직과 공중 사이의 상호 유익한 관계(Relationships)를 형성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이어 '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 되어야 하는 것'은 '강물이 되어 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로 전략(Strategy)적인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 PR협회(PRSA)가 만든 PR의 정의로 조합된다. PR은 조직과 공중 사이의 상호 유익한 관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라는 게 PRSA측의 정의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가 PR회사는 아니지만 PRSA가 정립한 관계, 전략, 커뮤니케이션 등 세가지 이슈는 우리 비즈니스도 꿰뚫고 있다”며 “(이를 시로 풀은) 시인은 이미 우리의 비즈니스를 다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처럼 한 줄에 세상의 이치를 오롯이 담아내는 것을 통찰이라고 한다면 여러분과 제가 하는 일은 시적”이라며 “이는 구월이 반가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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