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요즘 미국 빅3 자동차 중의 하나로 유일하게 구제금융을 신청하지 않은 포드자동차의 관심은 차기 최고경영자(CEO) 누가 되느냐에 쏠려있다.아니 미국 자동차 업계 전부가 여기에 눈과 귀를 집중시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앨런 멀랠리 현 CEO(67)는 아직까지 퇴진시기나 후계자가 누가 될 지에 대해 입을 꾹 다물고 있지만 13일 열리는 포드 이사회에서는 틀림없이 이 문제가 논의될 것이라고 미국 언론들은 관측하고 있다.
포드내부에서는 현재 북미사업 사장인 마크 필즈(Mark Fields.51)가 공석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COO자리는 포드내에서 서열 2위 자리여서 필즈가 COO가 된다는 것은 멀랠리가 내년에 은퇴한다면 필즈가 CEO 자리를 승계할 것이라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미국 자동차 업계에서 필즈의 자격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사, 주요 부문 사장을 역임한 노련한 포드맨, 포드 최대 사업부에서 쌓은 탁월한 실적 등 CEO가 되는데 필요한 삼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다.
뉴저지주 럿거스대 경제학 학사,하버드대 경영대학원 석사를 마치고 필즈는 IBM에 입사했다가 1989년 포드로 이직했다. 이후 그는 포드유럽 부사장을 지내고 재규어와 랜드로버,애스톤 마틴,볼보를 경영했다.
또 2000년 38살의 젊은 나이에 일본의 마즈다 자동차의 CEO가 돼 3년간 일했다.
무엇보다 필즈는 2005년 10월 포드 북미사업부 사장이 돼 골치덩어리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신시키는 수완을 발휘했다.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포드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01억 달러의 손실을 냈지만 지난 3년간은 295억 달러의 흑자를 냈는데 대부분 필즈의 북미사업부에서 났다. 북미사업부는 올해 상반기에 41억4000만 달러의 흑자를 냈다. 맡는 사업마다 일대 전환을 일으킨 것이다.
필즈는 특히 멀랠리가 신뢰하는 임원이다. 2006년 9월 보잉에서 영입된 뒤 멀랠리는 매주 목요일 아침 고위 임원회의를 시작해 임원들이 사업 진전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임원들은 사업의 진전,요주의,문제 등 세 가지 상황을 녹색,노란색,붉은색 신호로써 보고했는데 밀즈가 제일 먼저 붉은색 신호를 보내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멀랠리에게 직접 알렸다.
그해 포드자동차는 17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손실을 내고 있었지만 아무도 문제점을 속쉬원하게 털어놓지 않아 답답했던 멀랠리는 필즈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해에는 노조원들에게 성과공유 보너스를 노동계약이 규정한 것보다 많은 1인당 5000달러를 지급하자고 제안해 멀랠리를 납득시켰다.
필즈가 포드안팎에서 CEO 후보자들 가운데 ‘선두주자’이자 ‘2인자’라는 평을 얻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앞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올해 10억 달러의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되는 포드 유럽을 흑자 전환시켜야 하고,경쟁격화로 출혈을 내고 있는 중국 사업도 재궤도에 올려야 한다. 미국에서는 고급 ‘링컨’브랜드도 흑자로 돌려놓아야 한다.유럽 국채위기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를 감안한다면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은 아니다.
필즈는 사업을 위해서라면 CEO앞에서 다른 임원들과 몸싸움도 벌일 만큼 성깔있는 경영자여서 이런 난제들을 해결하는 적임자일 수도 있다.
2006년 임원회의에서 당시 벌이고 있던 캠페인 ‘볼드 무브’(Bold Moves) 광고비를 삭감하려는 재무책임자(CFO)와 멱살잡이를 하려고 했던 필즈인 만큼 난제와 씨름을 벌여 포드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필즈의 경력자체가 고비고비 ‘전환’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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