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는데요..
1. 불가능,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2. 어느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벌레는 전설이 되어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다.cf. 우린 안 될 거야, 아마
때로는 한 줄의 댓글이 세상을 뒤흔든다. 지난 8월 30일, 온라인 사진 커뮤니티 SLR 클럽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흔한 군필자 허세(有)”는 앞서 다른 스포츠 커뮤니티에서 “절대 안 됨”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24인용 군용 텐트 혼자 치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는 SLR 클럽에서도 “미친 허세”, “혼자는 무리”라는 부정적 반응을 불러일으켰으나 다섯 번째로 홀연히 달린 ‘Lv.7 벌레(이하 벌레)’의 댓글 “되는데요..”가 일대파란을 몰고 왔다. 벌레는 자신의 주장을 믿지 않는 이들에게 공개적인 장소에서 실제로 24인용 텐트를 쳐 보임으로써 증명하겠다고 말했고 이는 곧 SLR 클럽 ‘자게이’(자유게시판 이용자)들의 열띤 경품 협찬, 기술 제공, 공식응원가 ‘들어올려 (BY 풍뎅스)’ 공개, 티저 및 예고 영상 제작 등으로 이어지며 국내 최초의 소셜 페스티벌 ‘T24’의 시초가 되었다.
그리고 9월 8일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열린 T24에는 수천 명의 관객이 운집하고 인터넷 실시간 생중계 동시접속자수가 10만 명에 달했으며 전국 각지에서 햄버거 30개, 천일염 40kg, 누네띠네 8개, 엔진오일 12병 등 다양한 축하 물품이 답지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사회자에 의하면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미스터 벌뤠, 땡큐, 굿 뤅!”이라는 축전을 보내왔고 인근 공항을 지나는 여객기들이 에어쇼를 펼치기도 했다고. 이어 오픈카를 타고 등장한 벌레는 총 무게 200kg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 명은 어렵고 분대원 10명 정도가 설치한다”(국방부 트위터)는 24인용 군용 텐트를 설치하며 휴식을 취하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매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끝에 1시간 25분 만에 미션에 성공했다. 육군에서 8년간 부사관 생활을 한 뒤 전역했고 블로그에 곤충 사진을 올리는 것이 취미인 평범한 가장 벌레(본명: 이광낙)가 “되는데요..”라는 간단한 명제를 증명하는 데서 출발한 이 이벤트는 모두가 쉼 없이 ‘생산성’을 높이도록 강요받는 사회에서 일견 아무 쓸모없는 듯 보이는 열정이 얼마나 많은 이들을 움직이고 흥분시킬 수 있는가를 모처럼 느끼게 했다. 또한 선거철을 맞아 허무한 외침 같은 공약들이 난무하는 요즘, 벌레는 대중의 신뢰를 얻는 가장 빠른 방법이 실천과 증명임을 확인시켰다. ‘쓸 데 없는 고퀄리티’에서 예술이 시작되듯, 잉여력은 때때로 역사를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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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례 [用例]
* A: 사람이 상식적으로 일 안 하고 먹고 살 수는 없어요. 무노동 무임금의 법칙이 있어서.
B: 되는데요..
A: 허세 집어치우고, 인증 가능?
B: 궁금하면 5백원. (허경환)
* A: 음악엔 승자와 패자가 없고 등급을 나누어 매기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B: 되는데요..
A: 개소리죠.
B: 인디 밴드는 그야말로 ‘음악계의 2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새누리당 관계자)
* A: 주위에서 주식하는 사람들 중에 1억 만져본 사람 있어요? 말도 안 돼요.
B: 되는데요..
A: 절대 안 된다에 제 왼손모가지와 5만원을 겁니다.
B: 2억으로 시작하면 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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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최지은 f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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