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송도 땅 팔아 번 8000억원 어디로?
[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8000억? 사실 쓰자고 마음 먹으면 1분도 안 걸린다"
지난 7일 오후 한 인천시 공무원이 푸념처럼 내뱉은 말이다. 송도 토지매각으로 시금고에 입금된 8094억원을 두고 한 얘기다.
인천시는 이 날 교보증권을 주관사로 한 '싸이러스송도개발(주)'과 송도 6ㆍ8공구 내 주거ㆍ상업용지(34만7036㎡) 매매계약을 맺었다.
이 법인은 약속대로 땅값의 95%인 8094억원을 일시 납입했다. 자산 매각으로 8000억원 대 거금이 단번에 들어온 건 인천은 물론 전국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사실상 '모라토리엄'을 목전에 둔 인천시로선 가장 힘들 때 '오아시스'를 만났다. 그런데 웬 한 숨일까. 사정이 그만큼 급박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급기한을 넘겨 당장 오늘이라도 집행해야 할 자금이 80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관련 부서들의 '애절한' 예산 배정 요구에 인천시 자금 담당 부서는 어쩔 수 없이 지급 우선 순위를 정했다.
인천시가 시 교육청을 대신해 징수한 지방세인 법정 전출금 1496억원은 워낙 밀린 기간이 길어 이 달 중에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인천지하철 2호선과 서울 7호선 인천 연장선 등에서 밀려 있는 공사비 1589억원 역시 곧바로 집행할 예정이다.
인천아시안게임 준비비용 85억원과 인천대 지원금 108억원, 기타 출연금과 위탁사업 추진비 등 523억원도 이 달 말까지 지급을 완료할 생각이다.
법에 따라 인천 10개 자치구에 줘야 할 재원조정교부금은 급한대로 이 달에 85억원을 지급한 뒤 나머지 1084억원은 다음 달 중에 주기로 했다. 버스업체 보조금 등 운송 부분에 필요한 1076억원도 이 달에 먼저 197억원을 쓰고 비교적 덜 시급한 나머지 879억원은 다음 달에 쓸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7일 입금된 8094억원은 늦어도 10월 말이면 모두 소진된다. 어렵게 마련한 거액의 세외수입이 '빚 잔치'를 하느라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인천시 살림의 가장 큰 재원인 지방세가 걷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의 절반 시점인 지난 6월 말까지 지방세는 당초 징수목표액 2조6265억원의 38.2%, 1조31억원 밖에 걷히지 않았다. 올해보다 예산 규모가 작았던 지난해 같은 기간 징수액보다 14.8%나 적다. 인천시는 이대로라면 올해 말까지 지방세 결손액이 4800억~6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세 뿐 아니라 세외수입도 당초 징수 목표치를 크게 밑돌고 있다. 상반기 목표액 대비 징수액이 42.7%에 그친다.
인천시 관계자는 "그나마 당초 예정에 없던 토지매각 수입 8000억원이 들어오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여전히 힘든 상황이지만 올해 안에 예정된 또 다른 자산매각이 성사되면 한결 어려움이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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