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실었느냐 화물열차의/검은 문들은 탄탄히 잠겨졌다/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우리 제각기 드러누워/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두만강 저쪽에서 온다는 사람들과/쟈무스에서 온다는 사람들과/험한 땅에서 험한 변 치르고/눈보라 치기 전에 고향으로 돌아간다는/남도 사람들과/북어쪼가리 초담배 밀가루떡이랑/나눠서 요기하며 내사 서울이 그리워/고향과는 딴 방향으로 흔들려 간다 (…) 총을 안고 폴카의 노래를 부르던/슬라브의 늙은 병정은 잠이 들었나/바람 속을 달리는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우리 제각기 드러누워/한결같이 쳐다보는 하나씩의 별
■ 얼마전 '이용악 특집'을 했기에, 당분간 이 시인의 시를 피해야겠다 싶었는데, 이 시를 읽고는 다시 그 매혹에 지고 말았다. 화물열차의 지붕 위에 누워서 별을 보는 사람들. 땅 위에서야 정처없이 유랑하는 존재들이기에 별만은 하나씩 굳은 자리를 차지하여 앉고 싶었다. 두만강, 쟈무스(중국의 러 국경), 남도, 함경도가 덜컹거리는 느린 열차 위에 나란히 누웠다. <닥터 지바고>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부럽던가. 1949년 이용악이 내놓은 저 생생한 서사시를 모른 채 지나치는 인생은 얼마나 슬픈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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