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들 금요일 밤 탈퇴대비 기업에 조언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미국기업들은 그리스의 유로존(유로사용 17개국) 탈퇴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의 충격파가 얼마나 클지는 모르지만 미국의 은행과 컨설팅회사들은 기업고객들에게 유로존 분열에 대비하는 방법을 조언하고 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뱅크오브메릴린치는 돈을 구할 수 없더라도 그리스 직원들과 공급사들에게 돈을 계속 지급하도록 하기 위해 트럭에 현금을 가득 채워 그리스 국경으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며,포드는 새로운 그리스 통화를 즉시 취급할 수 있도록 컴퓨터 시스템의 환경을 설정했다.
JP모건체이스는 소수의 미국 거대기업을 위한 새로운 계정을 개설했는데 이는 그리스의 새로운 드라크마나 다른 나라에서 유로를 계승할 통화를 위해 마련된 것이다.
기업 자문회사인 코퍼리트 이그제큐티브 보드의 프로그램 매니저 폴 데니스는 “대부분의 회사가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맞다”고 전했다.
이 회사가 올해 여름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고객의 80%가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날 것으로 예상했고 20%는 더 많은 나라들이 그리스를 뒤따를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컨설팅회사인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그리스의 탈퇴시점을 글로벌 시장이 문을 닫는 금요일 밤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이 쉬고 주식시장과 금융기관들이 문을 닫는 가운데 새로운 자본통제 조치는 자금의 그리스 입출금을 어렵게 할 것으로 NYT는 전했다.
또 프라이스워터하우스는 수 십 여 곳의 기업들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해 논의하고 있으며 이들 기업들은 그리스 탈퇴 소식이 금요일 밤 전해질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 가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일부는 5만 유로를 갖고 아테네로 가서 직원들에게 지급한다는 컨틴전시 플랜을 세워놓았다고 전했다.
뱅크오브어메리카메릴린치 유럽 중동,아프리카 거래 부문 대표인 캐롤 베른트는 “기업들의 이같은 준비는 과거 자세와는 완전히 바뀐 것”이라면서 “현재 사정이 바뀌어 단일국 탈퇴,복수국가 탈퇴,유로존 전체의 와해 등 3개 시나리오에 컨틴전시플랜이 집중돼 있다”고 전했다.
또 몇몇 기업들은 그리스나 다른 국가들이 유로존 탈퇴시 시스템이 새로운 통화로 신속하게 전환하는 것을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이베리아 에어라인스와 브리티시 에어웨이스 지주회사는 스페인의 유로존 탈퇴를 대비한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마스터카드는 하나나 그 이상의 국가가 통화이름을 바꾸는 것을 포함하는 시나리오를 검토중이며, 비자는 고객이나 산매업체들에게 최소한의 불편을 끼치고 신속하게 새로운 통화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네트워크 기술 제공업체인 주니퍼 네트웤스는 ‘유로존 위기 평가 및 컨틴전시플랜’을 만들었으며 유로존 은행의 자금을 다른 곳의 계정으로 좀 더 자주 이체하는 한편, 유럽의 직원들과 공급업체들이 아무 차질없이 자금지급을 받도록 충분한 유동성과 돈을 보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과 컨설팅 회사들은 고객사들의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고 있고 일부 대기업들은 유로존 붕괴를 고려중이라는 게 알려질 경우 고객사들의 분노를 살 것을 염려해 컨틴전시 플랜을 자세하게 논의하기를 거부하고 있으며, 독일 재무부와 중앙은행들이 그리스 이탈의 결과를 검토하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고 있지 않는 형편이다.
미국 기업들의 이같은 준비행태는 유럽의 위기는 관리할 만한 것이며, 통화동맹은 유지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유럽의 정치인들의 확신과는 분명한 대조를 이루는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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