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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사기극인가, 정치권이 낳은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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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검찰이 민주통합당 공천헌금 의혹을 수사 중인 가운데 수사 착수 배경부터 결과까지 초미의 관심사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최재경 검사장)는 지난 28일 양경숙 전 라디오21 대표(51)와 양씨에게 금품을 건넨 3명을 모두 구속했다. 검찰이 이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양씨에게 금품을 전달하고도 민주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나란히 서류심사에 탈락한 서울 강서시설관리공단 이사장 이양호(55)씨, 부산지역 건설사 대표 정일수(52)씨 등은 “양씨에게 수십억원을 줬지만 공천도 못 받고 투자수익도 얻지 못했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와 정씨, 세무법인 대표 이규섭(57)씨 등 3명은 양씨에게 각 18억원, 10억원, 12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시기 부산지검 공안부(이태승 부장검사)가 수사 중인 새누리당 공천헌금 3억원 의혹, 현직 대통령의 친형을 구속기소로 몰아넣은 불법 정치자금의 규모가 1억5000여만원~3억원 안팎임을 감안하면 상식을 뛰어 넘은 금품이 오간 셈이다.

금품 수수 당사자로부터 풍문이 떠돌고 수십억원의 거액이 오갔음에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공천 심사가 끝난 지 수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커지는 배경이다. 검찰 관계자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만 설명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박지원씨를 불러내려고 한 것 아니겠냐”며 조심스레 예측했다. 검찰은 앞서 저축은행 연루설이 불거진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수사와 맞물려 정치권과 갈등 양상을 빚어왔다. 검찰 안팎에선 그러나 정치적 오해를 부를 가능성이 큰 만큼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두고 대검이 직접 수사에 착수한 만큼 혐의점이 충분하다고 본 것 아니겠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수사를 둘러싸고 또 관심을 끄는 대목은 의혹의 중심에 선 양경숙씨와 공천 청탁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는 박 원내대표의 관계, 양씨의 경제적 여건이다. 검찰은 양씨 등의 통화내역과 계좌를 모두 들여다 보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통화 및 문자내역에 따르면 양씨와 박 원내대표는 지난 1~4월에만 수백건 이상 문자를 주고 받는 등 상당히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는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2001년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보좌관으로 정계에 발을 들인 양씨는 친노성향 정치홍보 전문가로, 야권단일정당 추진 과정에선 ‘국민의명령’집행위원으로, 지난 1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박 원내대표의 지지세력으로 활동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씨는 스스로 SNS전문가를 자임하며 온라인과 문자 메시지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박 원내대표를 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양씨의 행보가 일관되지 않은 데서 불거진다. 총선 공천이 끝난 이후 양씨는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박지원 등이 호남 정신을 팔았다” 등 원색적인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이후 당분간 다시 박 원내대표에 대한 우호적인 태도를 유지하던 양씨는 6월 들어 검찰 수사 이전까지 박 원내대표를 비롯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를 상대로 비난을 쏟아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양씨는 구속 이전까지 금품 제공자들과 작성한 투자계약서를 근거로 본인이 운영하는 홍보대행업체와 라디오21에 투자를 유치한 것 뿐이라는 주장을 고수했다. 양씨의 태도는 그러나 검찰 구속 이후 공천과의 관련성을 일부 인정하는 태도로 기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그러나 민주당 측이 연루 의혹을 강력 부인하는데다 박 원내대표 명의로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중 상당수가 위·변조된 것일 가능성도 불거져 수사 과정에서 양씨 개인의 ‘사기’사건으로 매듭지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양씨는 공천 희망자 두 이씨와 정씨로부터 받은 32억 8000만원을 사단법인 ‘문화네트워크’계좌로 송금받았다.


검찰 자금흐름 추적 결과 전달된 금품 중 상당 규모는 실제 총선 당시 양씨가 운영한 선거홍보관련 업무로 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투자계약 명목대로 선거홍보차량 인테리어, 음향기기, 전기설비 대금 등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검찰은 그러나 수천만원~수억원이 친노 성향 인물 계좌들로 흘러든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문제의 송금 시기가 공천희망자들로부터 돈을 받은 시기와 맞물리는 점 등을 고려해 채무변제 및 사업자금 명목 등으로 확인된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직접 당사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씨는 평소 진보성향 정치권 인사들과 친분이 상당했던 데다 물질적 후원도 아끼지 않는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를 통해 32억 8000만원의 사용처가 모두 밝혀질 경우 앞서 통신기록 위·변조와 더불어 양씨 개인이 거액을 챙겼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씨는 평소 채무관계에 시달려 본인 명의로 직접 돈거래를 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계좌로 1억 4000만원이 넘어간 사실을 파악했다. 검찰은 그러나 문제의 1억원 안팎 자금이 실제 노 전 대표에게 전달된 것인지, 계좌 명의만 노 전 대표일 뿐 양씨 본인이 챙긴 것인지 확인하고 있다.


양씨가 박 원내대표 등 민주당 관계자들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총선을 빌미삼아 자금을 끌어모은 뒤 실제 공천청탁은 이뤄지지 않은 채 금품의 상당 부분을 자기 주머니에 챙겼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우선 자금 추적을 통한 사실관계 확인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돈이 흘러든 곳을 계속 추적하고 있다”며 “양씨가 일부 인사의 예금계좌를 빌려쓴 정황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수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씁쓸함을 지우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완장놀이에 취한 방송인의 몰락이든, 대형 공천 브로커든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는 선거 시기를 앞두고 이런 사건이 불거지는 것이 바람직하진 않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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