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자동차ㆍ부품업계의 하투가 장기화됨에 따라 그간 교섭에서 한걸음 뒤에 물러나있던 최고경영자(CEO)들이 노사갈등 해소를 위해 전면에 나섰다. 파업에 따른 손실규모가 나날이 불어나자, 더 이상은 안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31일 금호타이어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지난 30일 오전 KTX편을 통해 광주를 찾았다. 박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부터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에서 2시간가량 1노조 집행부와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
이어 점심식사 직후 2노조와 만남을 갖고, 오후 3시부터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로운 노사문화를 만들어가겠다"고 지역사회에 호소했다.
노조와의 만남에서 박 회장은 향후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현장 직원들의 임금을 경쟁사 수준으로 맞춰줄 것을 약속하고 워크아웃기간 동안 참아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워크아웃이 끝나면 기존에 반납한 기본급과 상여금을 즉시 회복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을 만난 것은 노사문화를 바꿔보려는 취지"라며 "현재 워크아웃을 졸업할 때까지만 참아달라고 부탁하며 경쟁사보다 절대로 1원이라도 적게 주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금호타이어의 워크아웃 졸업과 관련, "실적이 뒷받침 돼야 가능하다. 내년에 졸업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앞서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 노조가 총파업 유보를 선언하고 업무에 복귀한 지난 17일에도 광주를 찾아 노조 집행부를 만났다.
특히 박 회장은 "노조를 만나기 위해 다시 또 오겠다"는 말로 노사갈등 해결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쳤다.
그룹 오너 회장이 계열사 임단협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로 그 만큼 박 회장의 의지가 강하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당초 이번 방문에서 사측의 새로운 제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금호타이어 노조는 박 회장의 언급이 이전과 동일한 수준에 그치자 "한 치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수준이라 실망스럽다"면서도 "회장이 직접 나서 노사갈등을 봉합하려고 하는 움직임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금호타이어는 지난달 10일부터 1개월여 동안 지속된 부분파업으로 지난 12일까지 총 1034억 원(타이어 120여만개)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잠정합의안 부결로 노사갈등에 이어 노노갈등까지 겪고 있는 한국GM 또한 세르지오 호샤 사장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앉는다.
31일 오후 2시 한국GM노사는 지난 17일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반대로 부결된 이후 처음으로 26차 교섭을 재개한다. 평소 직원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호샤 사장은 잠정합의안 부결로 노사-노노갈등이 심화되자 직접 노조 집행부를 만나기로 했다. 올해 노조 파업 이후 호샤 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호샤 사장의 경우 이번이 취임 후 첫 임단협인데다 설상가상으로 내수 침체로 차량 판매도 급감하고 있어 노사갈등 해결이 중요한 시험대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지난달 임직원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노사는 대립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중요한 파트너"라며 "한 팀으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가자"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7월 10일 금속노조 지침에 따른 첫 파업을 시작으로 합의안이 도출된 지난 13일까지 총 10차례의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 규모는 13일 누적 기준 총 1만3300여대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30일 국내 최대 강성노조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냈다는 점도 자동차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달 3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잠정합의안이 가결될 경우 올해 완성차 업계에서 쌍용차에 이어 두번 째로 임협을 마무리하게 된다. 현대차는 올해 부분파업 등으로 인해 역대 최대 규모인 1조6464억 원(7만9362대)의 생산차질을 입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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