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중위가 국방예산 455억 절감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공군 현역중위가 레이더 항적전시기를 개발해 국방예산 455억원을 절감했다. 공군 군수사령부 제 83정보통신정비창(이하 83창) 김낙영 중위(학사 124기ㆍ사진)가 주인공이다.

김 중위가 개발한 레이더 항적전시기 'PC-83 II'는 일명 '콘솔장비'로 불린다. 레이더가 포착한 비행물체의 비행항로 궤적 정보를 종합ㆍ분석해 이를 디스플레이 기기에 영상으로 보여주는 장비다. 레이더에 포착된 비행물체의 움직임을 한눈에 알 수 있어 영공감시와 항공작전에 필수적이다.

공군은 콘솔장비를 1957년에 도입해 사용했다. 마지막에 도입한 것이 1997년으로 6.5억상당의 미국산 'ADP-2000'이다. 공군 중앙방공통제소와 관제대대에만 70여대가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정비를 할때마다 비싼 부품을 구입했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이제는 부품도 생산중단 상태다.

그러자 공군은 2007년 개발팀을 만들고 인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전기전자공학을 전공한 김 중위도 이 팀에 발탁됐다. 김중위는 2010년 6월 임관하자마자 83창에 배치됐다. 하지만 개발팀은 전임자가 이미 제대를 한 상황이었다.

김 중위는 "처음엔 막막했다"며 "전임자가 컴퓨터공학을 전공해 하드웨어 부분은 손을 못대고 제대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김 중위의 대학동기들은 대부분 대학원에 입학했다. 군입대를 미루기 위해서다. 하지만 김중위는 졸업과 동시에 공군의 길을 택했다.

그는 "공군에서 전공분야 역량을 좀 더 키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군대를 피하기보다는 군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이다. 그의 노력은 결국 2년만에 빛을 봤다. 개발한 신형 콘솔장비 'PC-83 II'는 미국제품에 비해서도 성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됐다.

김 중위는 "신형 콘솔 PC-83 II는 기존 장비로 42대만 가능했던 비행항로 궤적 구현을 2000대까지 할 수 있고, 전과 달리 마우스를 사용해 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신형 콘솔장비의 또다른 장점은 일반 PC를 이용하기 때문에 필요한 부품 또한 언제든 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품 성능 보완이 필요할 경우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만 하면 된다.

제대를 10개월정도 남겨놓은 김 중위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면서 "해외수입품을 대체할 수 있는 영상장비 등을 꼭 개발해 놓고 제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