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휴양지 팜스프링스에서 '난코스'를 경험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60번 프리웨이를 타고 1시간반 정도 동쪽으로 달리면 도착하는 도시다. 사막이지만 골프장을 비롯해 가족형 놀이시설과 온천, 쇼핑몰 등이 완벽하게 조성돼 섭씨 39도에 달하는 폭염 속에서도 사람들이 붐빈다. 겨울철에는 특히 멀리 동부에서 시니어들이 피한 차 오기 때문에 호텔잡기는 물론 그린피도 여름에 비해 4배나 비싸다.
그래서 저렴하면서 날씨도 선선한 9월을 가장 선호한다. 팜스프링스 라킨타지역에는 5개 골프장이 있고, 이 가운데 세계 100대코스에 이름을 올린 PGA웨스트TPC 스타디움이 가장 유명하다. 1986년 18홀(파72ㆍ7300야드) 규모로 오픈했다. 벙커를 기본으로 설계한다는 거장 피트 다이의 작품이다.
물과 러프, 벙커, 빠른 그린과의 전쟁이라 할 만큼 어려운 곳이다. 골프깨나 친다는 '싱글골퍼'들이 이곳에서 기량을 테스하고 싶어 하는 까닭이다. 사막코스지만 거대한 연못이 있을 정도로 스코틀랜드 링크스 스타일로 꾸며졌다. 핵심은 당연히 벙커다. 티 샷이 떨어지는 지점이나 그린 주위에는 반드시 커다란 벙커가 대기하고 있다.
핵심은 정확하게 계산된 샷에 대한 보상과 미스 샷에 대한 페널티가 분명하다는 점이다.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미국 내에서 가장 어려운 코스 50개중 6위로 선정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다. 1987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봅호프챔피언십이 열리기도 했다. 최근에는 매년 PGA투어로 가는 '지옥의 관문' 퀄리파잉(Q)스쿨이 개최되고 있다.
한반도 지형 모양의 6번홀(파5)이 독특하다. 티박스 왼쪽에는 대형 연못이, 그린 주변 오른쪽에는 물이 있다. 얼마나 어려운지 '더블 트러블(double trouble)'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14번홀(파4)은 그린을 향한 직선 벙커가 이색적이다. 17번홀(파3홀)은 150야드로 비교적 짧지만 아일랜드 그린의 시그니처 홀이다. 마지막 18번홀(파4)이 가장 어렵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거리는 사막의 건조함이 비거리를 10~20야드 늘려준다는 사실이다. 지배인 존씨는 필자의 정확한 스코어가 90타 이하면 공 1박스를 주겠다는 내기를 걸었다. 물론 내가 졌다. 처음부터 아예 보기 작전을 폈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싱글핸디캐퍼'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다시는 치고 싶지 않다가 금세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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