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밤> ‘승부의 신’ MBC 일 오후 5시
<일밤> ‘승부의 신’을 이야기하기 하려면 <무한도전>의 ‘홍철 대 하하’ 특집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홍철 대 하하’는 누가 누구를 형이라고 부르느냐 하는 친구 간의 사소한 자존심 싸움으로 시작했다. 이후 <무한도전>의 팬들을 관중으로 두고 경기에 참여시키면서 판이 커지긴 했지만, 대결의 핵심은 홍철과 하하 사이에 쌓인 이야기에 있었다. 그 점에서 ‘승부의 신’은 그 대결의 형식을 그대로 가져 왔지만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은 가져오지 않았다. 김수로와 탁재훈의 대결에서 숟가락으로 병따개를 따는 사소한 대결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신의 부족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면 이 대결은 말 그대로 승부를 위한 승부일 뿐이다.
물론 대결 자체의 재미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컵 놓는 용만이’에서 가위 바위 보만으로도 놀랄 만큼 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던 것처럼, 승부 자체가 재미와 의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극적인 상황은 그리 쉽게 오지 않는다. 많은 우연이 겹쳐야만 어쩌다 만들어지는 극적인 드라마를 위해 억지로 긴장감을 부여하는 사소한 게임들을 계속 지켜보기는 어렵다. 새로울 것이 전혀 없는 아주 단순한 게임을, 어느 쪽의 편도 들지 못한 채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지루한 일이다. 그래서 다음 주, 선후배 아이돌이라는 관계와 나름의 드라마가 있는 신화와 2PM의 대결은 ‘승부의 신’이 통째로 빌려온 틀 외에 어떤 승부수를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그리고 어쩌면 더 이상 떨어질 데가 없는 <일밤>의 마지막 승부수일지도 모른다. 끝에 끝까지 ‘보자기’를 숨겨두었던 김수로처럼, ‘승부의 신’이 <일밤>의 마지막 한 방이 될 수 있을까를 지켜보는 일이, 대결 자체보다 더 흥미롭지 않을까.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윤이나(TV평론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