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연세의료원이 어제 대학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 간의 '몸집 불리기 경쟁'을 자제하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환자들이 어디서나 세브란스병원과 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원이 가진 의료 노하우를 전국의 많은 병의원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른 바 '세브란스 1만 병상 프로젝트'다. 사회적 역할을 강화하고 나눔을 실천하자는 취지다.
연세의료원의 선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형병원은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한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 비싼 병원비, 과잉 진료, 리베이트의 근원지 등 부정적인 꼬리표가 늘 따라붙는다. 대형병원 간 무리한 규모의 경쟁 탓이 크다. 막대한 투자에 따른 비용을 보전하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환자에게 덤터기를 씌우지 않을 수 없는 덫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규모 확대의 폐해는 이뿐 아니다. 환자들의 쏠림현상이 더욱 커져 지방이나 동네 병원의 경영난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의료 자원이 효율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대형 병원들로 인한 사회적 이득보다 되레 손실이 더 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현실이다. 연세의료원의 규모 경쟁 자제 선언이 반가운 까닭이다.
신축 부속병원에 기금을 협찬하는 기업의 이름을 함께 붙인다는 계획도 대기업이 의료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무엇보다 병원의 수익을 진료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고 의료산업화를 강화해 해결해나가겠다는 구상은 주목할 만하다. 연세의료원은 그동안 쌓아 온 임상 경험, 임상시험 모델, 환자 통계 등을 바탕으로 정보기술(IT)기업은 물론 전자회사, 자동차회사, 식음료기업, 바이오 및 제약산업, 의료장비 회사 등과 손잡고 의료산업화를 선도할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 몽골, 아프리카 등에 제2, 제3의 세브란스 병원을 만드는 등 브랜드를 수출하겠다는 전략도 긍정적이다.
병원이 참 인술을 펴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규모의 확대나 의료시설 및 장비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환자 중심의 의료 서비스가 이뤄져야 하는 것이 첫째다. 연세의료원의 새로운 의료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다른 대형 병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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