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인천의 한 해수욕장에서 놀던 여자 아이가 맹독성 해파리에 쏘여 숨졌지만 당일 사고 직후에도 입욕통제가 사실상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사망 사고를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정황도 함께 드러나 당국이 안이한 대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13일 인천시 소방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사고가 난 건 지난 10일 오전 11시 26분쯤이었다. 영종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A모(8) 양이 해파리 촉수에 두 다리와 손등을 물렸다.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A양은 응급처치를 받은 뒤 곧바로 인하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4시간 30분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지만 해양경찰은 A양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에도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입욕을 통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당일 현장에 있던 1만5000여 명의 피서객 상당수가 물 속에서 해파리 공격에 그대로 노출됐다.
해경은 이튿 날인 11일에야 A양이 해파리에 쏘여 숨진 사실을 파악했다. 해경은 "소방안전본부에서 사고 사실을 통보해주지 않아 현장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제 때 통보받았다면 당연히 즉각 입욕을 전면 통제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더 당황스런 사실은 A양의 사고 이전에 이미 이 일대에서 해파리가 몇 차례 대규모로 출몰했다는 점이다. 관계기관 사이에 '엇 박자'만 아니었으면 A양이 사고를 당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해경은 을왕리해수욕장에서 바로 옆 왕산해수욕장에서 사고 이틀 전인 지난 8일 해파리가 출현하자 입욕을 전면 통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일인 10일 오후 2시에도 왕산해수욕장에서 30분 가량 입욕을 통제했다. 하지만 정작 을왕리해수욕장에선 소방안전본부가 이 같은 사실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난 12일 을왕리해수욕장에 다녀왔다는 시민 최모(37) 씨는 "어린 아이가 숨졌다는데도 어떻게 이런 식으로 대처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현장에서는 무슨 얘기인지 알아 들을 수 없는 경고 방송만 나왔을 뿐 물에서 다 나오라든가 하는 구체적인 얘기가 없었다. 모처럼 물놀이를 갔는데 불안한 마음에 그냥 돌아왔다"고 말했다.
노승환 기자 todif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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