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제네시스-에쿠스, 둘다 경쟁자"
연비 강자 파사트, 스펙도 최강
쏘나타·그랜저 수요 모두 공략
[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쏘나타와 그랜저 사이, 제네시스와 에쿠스 사이. 통상 소형과 중형, 준대형, 대형 등으로 나뉘는 자동차 분류기준이 파괴되고 있다. 중형과 준대형, 준대형과 대형 사이 스펙으로 출시돼 두 세그먼트를 동시 공략하는 차량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는 것. 두 계층의 수요를 동시 공략하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일종의 신(新) 무기(?)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새롭게 선보이는 중형세단 파사트는 기존 6세대 모델보다 휠베이스를 100mm가까이 늘리고 가솔린 엔진도 2.0에서 2.5모델로 올리는 등 중형급 대비 한 단계 스펙을 높였다. 최근 경차 열풍 등으로 업체별로 '다운사이징' 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체급 올리기에 나선 것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최근 신형 파사트 프리미엄 쇼케이스 행사에서 "파사트가 두 세그먼트 사이에 있는 것은 두 세그먼트를 모두 상대하겠다는 것"이라며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겠다"고 소개했다.
폭스바겐은 파사트의 라이벌로 현대차의 중형급모델인 쏘나타 대신 준대형급 그랜저를 꼽고 있다. 이는 기존 동급모델인 중형차 수요층은 물론 준대형차 수요층까지 흡수하며 두 시장을 모두 잡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파사트는 1회 주유로 최장거리를 주행한 세계신기록을 수립했을 정도로 뛰어난 연비로 각광받고 있다. 복합 기준 연비는 17.0km/ℓ로 동급 모델 중 우수하다.
업계 관계자는 "파사트는 중형세단으로 분류되지만 6세대와 달리 7세대는 도요타 캠리보다 크고 현대차 그랜저보다 40㎜ 짧다"며 "대형차에 대한 부담을 느끼면서 중형차보다는 높은 스펙을 원하는 이들을 타깃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기아차의 플래그십 세단 K9 역시 현대차 에쿠스와 제네시스 중간으로 포지셔닝돼있다. K9은 에쿠스와 플랫폼을 공유하지만 엔진 라인업은 한급 아래인 제네시스급에 맞췄다. 동력 성능은 제네시스급이지만 실내공간 등은 에쿠스급이라는 설명이다. 실내공간 등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은 에쿠스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동급 플랫폼을 누릴 수 있다. 아직까지 K9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판매대수를 기록하고 있으나, 기본 포지셔닝 전략은 두 계층의 수요를 다 흡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앞서 2010년부터 잇따라 시장에 등장한 크로스오버식 장르파괴차량과는 구별되는 전략이다. 크로스오버 차량은 세단과 쿠페, SUV 등 각기 다른 차종의 장점을 결합해 선보인 스타일로, 다양한 목적을 소화하는 개성 있는 차량을 찾는 고객들의 요구가 늘며 잇달아 등장했다.
일각에서는 두 세그먼트를 동시에 상대하겠다는 이들 세그먼트 파괴차량이 오히려 어정쩡한 포지셔닝으로 타깃팅에 실패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까지 저렴한 높은 급 차량'이 아닌, '낮은 급 차량이 비싸기까지 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난감할 것"이라며 "K9의 경우 '비싼 제네시스'보다 '싼 에쿠스'로 인식돼야 마케팅적 측면에서 강점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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